'사업하면서 제일 힘든 일이 무엇입니까?' 최고경영자(CEO)라면 제일 많이 듣는 질문이다. 필자도 인터뷰 때마다 이 질문을 접하고 지난 시절을 돌이켜 보게 된다. 사업을 일구기 위해서는 비전,전략 등 많은 것이 필요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것이 '사람을 키우는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회사나 국가 흥망의 기로에서 항상 성패를 좌지우지했던 것은 결국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필자는 평소 주위 사람들에게 '믿고 맡길 사람 한 명만 있어도 회사 하나를 만들 수 있다'고 얘기하곤 한다. 창업 초기부터 회사를 경영하다 보면 인재에 대한 목마름이 가장 큰 것 같다. 창업 직후에는 신상품 아이디어를 내거나,대금 결제까지 사장이 직접 챙기지 않으면 일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그래서 회사를 차려본 사람이면 누구나 '주인의 눈으로 보고 주인의 마음으로 일을 챙겨 줄 사람이 단 한 명만이라도 있다면'이라는 아쉬움을 갖게 마련이다.

필자도 25년 동안 회사를 경영하면서 사람을 키우기 위해 다양한 시도와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래서 나름대로 체득한 인재육성의 원칙은 '믿고 기다리는' 것이다. 어느 회사나 인재에 대한 갈증과 욕심은 있다. 그래서 잠재력 있는 사람을 뽑고 과감하게 권한과 책임을 부여해 기회를 주기도 한다. 기회를 부여받은 직원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면서 자생력을 키워 나갈 수 있는 '기다림'의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팀장이 팀원에게 업무를 맡기고 보고를 받다 보면 팀원이 뻔히 보이는 길을 돌아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답답한 마음에 팀원을 책상머리에 앉혀두고 미주알고주알 지시를 내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지시를 하면 당장 눈 앞의 일이 빨리 해결돼 답답한 마음은 풀릴지 모른다. 하지만 그 직원은 앞으로도 계속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갖지 못해 팀장은 똑같은 답답함을 반복하게 마련이다.

사실 필자에게도 기다림이라는 것이 여전히 쉬운 일은 아니다. 때로 믿음을 주고 기다려 주는 과정에서 직원들이 제법 큰 실수를 하곤 한다. '중간에 한마디 더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해본다. 인내심이 흔들리는 대목이다. 그렇지만 나중에 그 직원이 실수를 밑거름 삼아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회사에 기여하는 큰 성과를 내면 그제야 그간의 오랜 기다림이 보상받게 된다.

최근 필자의 회사에서는 '변화와 혁신'이 화두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경영환경에 발맞춰 가기 위해 회사의 프로세스와 인프라를 새로이 구축 중이다. 경쟁자들보다 더 빠르고 정확한 의사결정을 위해 모습을 바꾸어 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을 키우는 일에서 만큼은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믿고 기다리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을 생각이다. 기다림의 끝에 수확할 '사람'이라는 소중한 열매의 가치를 알았기 때문이다.

장평순 < 교원그룹 회장 chang@kyowo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