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가 오픈마켓과 인터넷쇼핑몰을 결합한 종합 온라인쇼핑포털을 만든다. 또 미국 '페이팔'(Paypal)처럼 온라인몰에서 편리하게 상품대금을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G마켓과 옥션 11번가 인터파크 등 오픈마켓이 주도하고 있는 국내 온라인몰 시장 경쟁이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오픈마켓이란 개인 또는 법인 판매자들이 자유롭게 물건을 사고 팔 수 있도록 중개하는 인터넷 상거래 시장을 말한다.

신세계 고위 관계자는 7일 "기존 신세계몰(백화점)이나 이마트몰과는 별도로 새로운 온라인쇼핑포털을 만드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연말께 구체적인 비즈니스모델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온라인에서는 백화점이나 이마트에서 판매하는 상품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다양한 상품군의 사업자를 포용할 수 있는 오픈마켓 기능이 들어갈 것"이라며 "다만 판매자를 신뢰성이나 상품력 등에서 검증을 거친 사업자들로 제한하는 모델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용진 부회장이 온라인 신사업 주도

신세계의 온라인사업은 정용진 총괄 대표 부회장이 직접 챙기고 있다. 특히 정 부회장은 온라인 쇼핑을 대형 마트와 백화점에 이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하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가 지난해 말 이마트몰 조직을 확대 개편하고 전담 임원까지 배치한 데 이어 지난 2월 계열사인 신세계I&C로부터 신세계몰 사업을 인수하는 등 온라인 쇼핑몰 사업을 강화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지난달 말 미국 최대 온라인 결제대행서비스인 페이팔에 가입,이베이와 아마존 등에서 수시로 물건을 구입하며 해외 선진 시스템을 연구하고 있다. 특히 이찬진 드림위즈 사장 등 IT전문가에게 수시로 자문을 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정 부회장은 지난달 말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페이팔에 가입하고 이베이에서 셔츠를 구입한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트위터에서 "프라이 등 이탈리아제 고급 셔츠를 몇 벌 구입했다"며 "이베이에는 국내에서는 접하기 힘든 셔츠를 판매하는 데다 백화점에서 500~600달러에 파는 셔츠를 150달러에 판다"고 전했다.

정 부회장은 지난 6일 '온라인사업 강화 전략'을 주제로 열린 백화점 임원회의에서도 "먼저 온라인 쇼핑의 장점을 체험해봐야 한다"며 "임원들 모두 페이팔에 가입해 이베이나 아마존에서 물건을 사보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한 임원은 "임원 중 페이팔을 알거나 이베이와 아마존에서 구매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 없었다"며 "다음 회의에서는 이베이에서 구입한 옷을 입고 진행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편리한 결제 · 상품구색 · 글로벌화

정 부회장이 이베이를 이용하면서 가장 감탄한 부문은 결제시스템인 페이팔이다. 그는 이번 임원회의에서도 페이팔을 예로 들며 "이베이에서 셔츠를 고른 후 결제까지 하는 데 1분이 채 안걸렸다"며 "국내 인터넷 쇼핑몰 이용자의 30%가 복잡한 결제과정 때문에 구매를 포기하는 만큼 신세계몰과 이마트몰의 결제시간을 단축시키는 방안을 찾아보자"고 말했다.

정 부회장이 구상하고 있는 모델은 이베이처럼 다양한 상품을 갖추고 전세계 소비자들이 이용하는 글로벌화된 온라인몰이다. 신세계가 기존 신세계몰이나 이마트몰 대신 다양한 사업자들이 참여하는 오픈마켓 형태의 쇼핑몰을 만들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신세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은 온라인 쇼핑몰이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에 물건을 팔 수 있는 유통채널임을 수시로 강조한다"며 "새로 개발할 인터넷 쇼핑몰은 이베이처럼 편리한 결제시스템을 갖추고 외국인들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영문 사이트도 선보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송태형/오상헌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