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는 구글의 인기 검색어를 살펴보면 전세계 사용자들의 관심사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자이트가이스트(Zeitgeist · 시대정신)'라 불리는 구글 인기 검색어는 매일 수백만건에 달하는 검색어에 대한 통계자료로서 사용자들의 관심사 및 중요 이슈와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한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최근 국내와 해외에서 가장 이슈가 됐던 사건과 인물은 뭘까? 지난달 셋째주와 넷째주(3월17~31일)에 걸쳐 가장 많이 검색된 키워드를 통해 국내외 트렌드를 짚어봤다.

◆국내 검색 1위는 아이폰녀,2위는 박지성

아이폰 애플리케이션(앱 · 응용프로그램)을 이용해 직접 연주를 하고 노래한 동영상을 트위터에 올린 '아이폰녀'가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으며 2주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 첫 번째 동영상에서 비욘세의 'Irreplaceable'(대체할 수 없는)에 이어 두 번째 연주영상에서 레이디 가가의 'Pokerface'(포커페이스)의 영상을 선보인 '아이폰녀'는 뛰어난 연주 실력과 가창력뿐만 아니라 귀여운 외모로 인기를 끌었다. 두 번째 영상은 총 3분40초짜리로 그녀가 우리말로 "1탄 동영상을 보아줘 감사하다"고 네티즌들에게 인사를 하는 것으로 시작하며 이어 일본어,영어로 감사 인사를 전했다. 연주에 사용된 앱이 '아이티페인(I am T-Pain)','비트메이커(Beat Maker)','엔로그 신디사이저(Nlog synthesizer)' 세 가지로 알려지면서 관련 앱이 국내에서 관심을 끌기도 했다.

아이폰녀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많은 검색어는 박지성이었다. 지난달 30일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개최되는 '2009-2010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바이에른 뮌헨전을 앞두고 29일(현지시간)에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 박지성이 알렉스 퍼거슨 감독과 함께 참석하면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내에서의 그의 입지를 확인시켰다. 경기 전 기자회견은 단 한 명의 선수만 나올 수 있는 자리인데 퍼거슨 감독이 직접 박지성을 선택한 것이다.

이것은 뮌헨전에 박지성이 선발로 출전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감독이 정한 '키플레이어'라는 것을 말해주기도 한다. 그러나 30일에 있었던 경기에서 맨유가 1-2 역전패를 당했다. 이날 맨유는 전반 2분 만에 웨인 루니가 선제골을 넣으며 앞서갔으나 박지성과 마이클 캐릭이 교체되어 그라운드를 떠난 직후인 후반 32분과 추가시간에 프랭크 리베리와 이비차 올리치에게 연속골을 허용하며 충격적인 패배를 맛봤다. 이 게임을 중계한 스페인의 한 TV 축구 해설가는 "박지성이 나니와 함께 뮌헨을 전방에서 잘 압박하고 있었다"며 "박지성을 빼고 전술을 바꾼 것이 역전패당한 이유"라고 소견을 밝혔다.

큰 인기를 끌었던 '아이리스'의 여전사 김소연이 된장녀 여검사로 돌아온 SBS 새 수목극 '검사 프린세스'(극본 소현경,연출 진혁)는 국내 검색어 3위에 올랐다. 김소연은 이 드라마에서 주연 마혜리를 맡아 쇼핑을 좋아하는 엄친딸을 연기했다. '검사 프린세스'는 SBS '찬란한 유산'의 진혁 PD와 소현경 작가가 뭉친 두 번째 작품이다. 막장 코드 없이도 높은 시청률을 달성한 바 있는 '찬란한 유산'의 뒤를 이을 '착한 드라마'가 될 수 있을 것인가도 이 드라마에 대한 관심사 중 하나다.

◆미국의 핫 이슈는 인종 문제와 건강보험

미국의 검색 1위는 미국의 대표적인 여성 보수 논객 앤 쿨터가 차지했다. 그녀는 지난달 캐나다 웨스턴온타리오 대학에서 강연 도중 이슬람교도들은 비행기를 탈 수 없게 해야 한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질타를 받았다. 이 연설 내용에 대해 한 이슬람계 여성이 "그렇다면 자신과 같은 무슬림들은 어떻게 돌아다녀야 하느냐"고 질문하자 "낙타를 타면 되지 않느냐"는 모욕적인 대답을 해 논란은 가중됐다. 문제의 강연 이후에 항의시위가 잇따르고 있고 예정돼 있던 오타와 대학에서의 연설이 취소 되는 등 쿨터의 발언은 '뜨거운 감자'격인 인종 · 민족 문제를 건드렸다는 점에서 사회적 이슈로 부각됐다.

미국 오바마 정권이 최우선적인 정책의제로 내세웠던 건강보험 개혁법안이 지난 3월21일 통과됐다는 뉴스도 네티즌들의 관심을 끈 이슈였다. 이번 건강보험 개혁안이 통과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오바마 대통령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화와 타협을 통한 설득의 리더십'이 발휘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양당 지도부와 공개회의를 통해 민주당과 공화당이 공감대를 갖는 부분을 확인하고 개혁안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담은 서한을 양당 지도부에 보내는 등 끊임없는 설득 노력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하원 표결을 앞두고는 해외 순방계획까지 미루면서 반대의견을 가진 의원들을 개별적으로 설득했고,펠로시 하원의장 역시 강력한 입법의지를 가지고 반대의원의 마음을 돌려 놓기 위해 애쓴 사실이 전해지면서 이번 개혁안 통과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미국의 네티즌들은 건강보험 개혁법안의 자체 내용뿐 아니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역할과 관련된 검색을 많이 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