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회사들이 서울 강남역~역삼역 일대로 모여들고 있다. 술 소비의 중심지인 강남에서도 테헤란로 초입인 이 지역은 유흥업소가 집결한 곳으로 시장변화를 한발 앞서 감지할 수 있는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실제 주류시장의 침체 속에서도 이 일대에 자리잡은 업체들은 판매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오비맥주 등 5개 주요사 집결

오비맥주는 지난달 15일 서초동에서 역삼동 화인타워로 사옥을 옮겼다. 강남역 2번 출구에서 양재역 방면으로 100m 정도 떨어진 곳이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사모펀드 KKR로 주주가 바뀐 뒤 도약을 위해 시장이 있는 쪽으로 본사를 옮기기로 결정했다"며 "서초동에서 우면산을 바라보며 일하던 때와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롯데주류는 지난해 롯데그룹에서 두산주류BG를 인수한 뒤 동대문 두산타워에서 3M타워로 이전했다. 강남역에서 역삼역 방향으로 200m 떨어진 곳이다. 같은 건물엔 위스키 스카치블루를 만드는 롯데칠성 주류사업부도 입주해 있다. 롯데칠성 본사가 서초구 잠원동에 있지만,주류사업부는 몇 년 전부터 이곳에 자리잡았다. 강남시장이 전체 양주시장의 20~30%를 차지하는 핵심이기 때문이다.

양주업계 1위인 디아지오 본사는 역삼역 부근 강남파이낸스센터에 있다. 롯데주류에서도 가깝다. 경쟁사인 페르노리카 본사도 오비맥주 바로 맞은 편에 있다.

주류업계가 강남에 처음 진입한 것은 서초동을 통해서였다. 영등포구 신길동에 있던 진로가 1987년 서초동으로 이전한 것.이후 진로발렌타인스(현 페르노리카)도 진로사옥 별관에 입주했고,오비맥주가 2002년 서초동으로 옮겼다. 그러나 서초동 유흥가가 상대적으로 쇠퇴하면서 강남역~역삼역 부근이 떠오른 것이다.

한편 하이트맥주는 청담동,국순당은 삼성동 등 대부분의 주류업체가 강남구에 있다. 금복주 보해 무학 등 지방 소주업체들도 강남구에 서울 사무소를 두고 있다.

◆강남 · 역삼을 잡아야 전체 시장 잡는다

주류 업체들이 강남역~역삼역 일대로 집결하고 있는 것은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트렌드와 다양한 소비자들의 기호를 파악,신속하게 대응하는 데 유흥업소가 집중된 이 지역만한 곳이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실제 강남구청에 따르면 행정구역상 역삼동인 이곳엔 강남구 전체 유흥주점(룸살롱 등) 342곳 중 52.9%인 181곳,단란주점 528곳의 28.7%인 152곳이 들어서 있다. 오비맥주에서 영업을 담당하는 양세진 상무는 "강남역 일대는 바와 룸살롱,카페 등이 밀집해 있는 주류 비즈니스의 중심지이자 국내 최대의 젊은 상권으로 고객 밀착 마케팅엔 최적의 입지"라고 말했다.

이 지역에 자리한 주류업체들의 강남시장 점유율은 전국 점유율에 비해 높다는 것이 업계의 추정이다. 도매상을 통해 유통되는 관계로 정확한 지역별 점유율을 산정하기는 곤란하지만,롯데주류가 한국리서치에 맡겨 조사한 바에 따르면 소주 '처음처럼'의 경우 강남 유흥업소에선 점유율이 30~50%에 달한다. 오비맥주의 카스도 강남에선 점유율이 50%에 육박하는 것으로 자체 조사됐다. 특히 이들 강남지역에서 선전한 데 힘입어 롯데주류의 전국 점유율은 2008년 11.1%에서 2009년에 13.1%로 높아졌으며,오비맥주의 경우 같은 기간 40.7%에서 42.5%로 성장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