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업체인 대만의 TSMC가 중국 최대 반도체기업인 SMIC 지분 인수에 본격 나섰다. LCD(액정표시장치)에 이어 반도체에서도 양안(兩岸 · 중국과 대만) 동맹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TSMC는 SMIC 지분 10%를 인수하기 위해 대만 정부에 승인을 요청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 보도했다. 지난 2월 대만 정부가 반도체와 LCD업체들이 중국에서 첨단기술 분야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한 데 따른 것이다. TSMC는 이미 지난해 11월 SMIC로부터 지분 10%를 넘겨받기로 했지만 대만 정부의 규제 탓에 SMIC 지분 인수 작업은 사실상 중단됐다. TSMC는 SMIC가 칩 생산기술 특허를 침해했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승소함에 따라 2억달러와 함께 일정 지분을 넘겨받기로 합의했었다.

2000년 SMIC를 창업한 리처드 창 회장은 지난해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SMIC는 상하이 시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중국 최대 반도체업체로 출범했지만 최근 14분기 연속 손실을 내는 등 어려움을 겪어왔다. TSMC의 SMIC 지분 인수는 위기에 빠진 중국 반도체업체에 양안 협력으로 회생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에 앞서 세계 3위와 4위 LCD업체인 대만의 AUO(AU옵트로닉스)와 CMO(치메이)도 대만 정부의 대(對)중국 투자 규제 완화 방침에 따라 중국에 LCD 패널 공장 설립을 잇따라 추진하고 있다. 한편 중국과 대만은 31과 4월1일 타이베이에서 경제협력틀협정(ECFA)체결을 위한 2차 협상을 벌인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