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오피스로 생산성을 1% 높이면 SK그룹 매출(100조원) 1조원을 늘릴 수 있습니다. "

SK그룹 전 계열사를 대상으로 모바일 오피스를 전격 도입하기로 한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의 말이다. 모바일 오피스가 단순한 업무 효율 향상을 뛰어넘어 기업 성장 전략까지 구조적으로 견인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정 사장이 강조한 모바일 오피스는 직원들에게 스마트폰을 나눠주고 사무실 밖에서도 모든 회사 업무를 볼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고객 응대 속도를 높이고 의사결정 시간을 줄이는 '실시간 경영'이 각광받는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출 · 퇴근 시간의 구분이 사라지고 자율적으로 일하는 '플렉스타임(flextime)' 근무제 확산의 계기도 될 것으로 예상된다.

◆확산되는 모바일 오피스

SK그룹은 SK텔레콤을 시작으로 오는 8월부터는 전 계열사에 모바일 오피스를 도입하기로 했다. 전체 임직원에게 3만대 정도의 스마트폰을 나눠주는 국내 최대 규모의 모바일 오피스 구축 작업이다. 그룹 전체가 모바일 오피스를 도입하기로 한 것은 코오롱에 이어 두 번째다. 코오롱은 지난 1월부터 전 계열사 임직원 8000여명에 스마트폰을 나눠주기 시작했다.

포스코,동부그룹 등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공장을 관리하는 '스마트 팩토리' 구축에 나섰다. 제철소,반도체 생산 공장 등에 통신망과 각종 센서를 설치하고 스마트폰을 이용해 이를 제어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삼성그룹도 삼성전자,삼성증권,삼성SDS 등 계열사별로 순차적으로 모바일 오피스를 도입하고 있다. 두산,대한항공,현대하이스코,씨티은행,LIG넥스원,한영회계법인,서울아산병원,다음 등도 모바일 오피스를 업무에 활용하고 있는 기업들이다.

◆"비용 대비 40배 효과 거둔다"

지하철 5~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지난 1월 스마트폰을 이용해 전 직원이 시설을 유지 · 보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글이나 말 대신 부품의 바코드를 찍어 고장 신고를 하고 긴급상황에는 신고자가 스마트폰으로 매뉴얼을 보고 수리까지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2000여명 전담 인력만이 하던 수리 업무를 6500명의 전 직원이 나눠 할 수 있는 형태로 바꾼 것이다.

KT경영연구소는 '모바일 오피스 구축의 경제적 효과'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 사례를 분석하면서 도시철도공사가 5년간 비용의 40배가 넘는 효과를 낼 것으로 내다봤다. 공사가 5년간 들인 비용이 102억원인 반면 4000억원이 넘는 가치(편익)를 만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가 예상한 직접 운영비 절감액은 284억원이다. 유지 · 보수 인력들의 출 · 퇴근 시간 감소,전 직원의 멀티플레이어화 등을 통해서 거둘 수 있는 효과다. 간접적 가치 창출은 이보다 큰 11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인력 효율화로 20%의 인원을 새로운 사업에 투입할 수 있고 지하철 공간을 스마트몰(역내에 설치된 통신망을 이용한 IT 사업)로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여기에 고장으로 인한 열차 중단 시간을 줄이면 3242억원의 사회적 편익 증대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했다.

정 사장이 매출 1% 증대론을 꺼낸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그룹의 생산성을 1% 높이면 여기에서 발생하는 잉여 인력이나 재정 여력을 신규 사업 등에 투자할 수 있어 그룹 매출을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통신업체들의 이 같은 분석은 반론의 여지도 많다. 미래에 창출할 수 있는 무형의 가치까지 포함한 것이어서 실제 경제적 효과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도입 기업들도 단순히 이 같은 수치를 믿고 투자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모바일 오피스를 통해 커뮤니케이션 문화와 조직 구조를 바꾸는 데 중점을 두는 곳도 많다.

포스코의 한 관계자는 "이메일,결재 등을 처리하기에도 버거워하는 직원들이 많아 단기적으로 모바일 오피스에서 엄청난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며 "스마트폰을 통해 직원들에게 IT 감각을 익히게 하려는 측면도 강하다"고 설명했다.

◆플렉스타임 시대 열린다

하지만 플렉스타임 근무,실시간 기업으로의 발전 등은 모바일 오피스 도입을 통해 가시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효과들이다.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업무를 처리하면서 재택근무나 원격근무 등이 확대될 공산이 높아졌다. 조직을 쉽게 바꾸지 않는 정부조차 올 하반기에 집이나 근처에 마련된 제2 사무실로 출근해 업무를 볼 수 있는 유연근무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증권사 영업사원이 추천 주식의 시세를 스마트폰으로 보여주면서 상담하는 등 고객 요구에 바로 대응할 수 있는 실시간 경영 방식도 각광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각종 제조 공정이나 출 · 퇴근 시간의 단축으로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등 녹색성장에 기여하는 것도 모바일 오피스 도입 효과로 꼽힌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