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아치는 미국…이번엔 "中카드규제 WTO에 제소"
미국이 중국을 연일 몰아붙이고 있다. 전선이 따로 없다. 정치와 군사 문제를 넘어 경제와 문화에 이르기까지 강공 일색이다. 반면 중국은 최근 조금씩 목소리를 낮추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미국을 자극하는 맞대응을 줄이는 한편 화해의 제스처도 엿보인다.

미국의 대외창구 격인 무역대표부(USTR)가 'G2(주요 2개국) 문제'의 전면에 나섰다. 중국의 신용카드 규제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겠다는 압박이다. 벨기에를 방문한 론 커크 USTR 대표는 26일 "중국 측과 직접협상을 선호한다"면서도 협상에 실패할 경우에는 "적절한 시점에 제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신용카드 문제에서 큰소리칠 수 있는 근거는 중국이 시장 전면 개방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국은 2001년 WTO 가입 당시 해외 카드사를 겨냥한 규제를 모두 철폐하겠다고 약속했다. 마스터,비자,아메리칸익스프레스 등 미국 신용카드업체들은 중국이 자국의 독점 카드사인 차이나 유니언 페이를 통한 결제만 허용한다며 USTR에 문제를 제기했다.

올 들어 미국은 일관되게 중국에 공세적 입장을 취해왔다. 대만에 첨단무기를 판매하기로 결정해 중국을 자극했고 구글 문제로 중국에 인터넷 자유를 요구해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의 경고에도 티베트의 지도자 달라이 라마를 백악관에서 면담했다. 중국산 원유 시추용 강관 등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비롯해 보복관세도 잇따라 부과했다. 미 상원은 5월 말까지 중국의 위안화 저평가 환율정책을 제재할 수 있는 법안을 처리키로 했다.

미국의 쉴 새 없는 공세는 중국보다 더 다급한 입장 때문이다. 매년 확대일로인 대중국 무역적자는 해묵은 골칫거리다. 중국에 수출을 늘리리면 무역장벽부터 무너뜨려야 한다고 보고 있지만 쉽지 않다. 차제에 인터넷 검열 등 사회의 폐쇄성까지 부각시켜 G2로 부상한 중국을 단단히 견제하겠다는 심리도 깔려 있다.

반면 중국의 태도에는 변화가 감지된다. '미국이 하라는 대로는 못한다'는 기본 기조가 달라지진 않았지만,최근 들어서는 함께 맞받아치며 정면 대응하려는 자세는 아니다. "미국 기업의 중국 진출을 환영하며 앞으로 미국 상품을 더 많이 수입할 것"(원자바오 중국 총리),"위안화 페그제는 변동환율제로 다시 전환될 것"(판강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과 같은 미국을 잔뜩 의식한 발언이 근래 잇따라 나오는 점이 주목된다. 미국의 강공 드라이브에 맞서던 전략을 수세적으로 전환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원자바오 총리는 지난 21일 베이징에서 열린 2010년 중국개발포럼(CDF)에 참석한 외국 기업인 60명과 만난 자리에서 "오는 5월 베이징에서 열리는 미 · 중 전략경제대화가 양국에 매우 중요하며 갈등과 문제를 푸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저우샤오촨 중국인민은행 총재도 "소음을 내지 말고 조용히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대표적 컴퓨터 제조업체인 레노버의 양위안칭 회장은 "위안화가 제한적으로 절상된다면 나쁘지 않을 것"이라며 "이는 중국 내수 구매력을 높이고 글로벌 무역도 촉진시킬 것"이라고 한발 더 나아가기도 했다. 중국동방항공 마쉬룬 사장,초상은행 친샤오 회장 등도 "위안화 평가절상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해 관심을 끌었다.

베이징=조주현/워싱턴=김홍열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