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김형오 국회의장이 국보인 울산 반구대 암각화 훼손방지에 손을 걷어부치고 나섰다.김 의장은 26일 국회 의장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유네스코 문화유산등재 신청을 한 국보 반구대 암각화가 후손들의 ‘물 고문’으로 사라지고 있다”며 정부와 지자체의 시급한 대책을 촉구했다.

김 의장은 “지난달 그리스에 갔더니 파르테논 신전 하나를 보기위해 연간 3000만명이 찾는다고 하더라. 그런데 우리는 6000년전 선조가 남긴 유산을 두고 물고문을 하고 있다”며 “ 문화재청의 탁상공론과 지방자치단체간 ‘물싸움’으로 20년을 허비했는데 더 이상 말다툼할 새가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71년 우연히 발견된 울산 암각화는 울산시의 용수원 확보를 위해 건설된 사연댐으로 인해 평소에는 물속에 잠겨있는 있고 갈수기에는 모습을 드러내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그림의 형체가 갈수록 희미해지는 등 훼손정도가 심한 상태다.지난해 10월 암각화를 찾았던 김 의장도 물에 잠긴 암각화만을 보고 발길을 돌려야했다.‘작살맞는 고래’ ‘흰수염 고래’ 등이 바위에 묘사돼 있는 반구대 암각화는 선사시대부터 한반도에서 고래잡이가 성행했음을 보여주는 역사적 자료로 발견당시 국내 뿐 아니라 세계 역사학자들의 이목을 끌었다.근대 고래잡이의 효시인 노르웨이에 비교해서도 수천년 앞선 것으로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발견된 고래잡이 기록 가운데 최고로 꼽힌다.

그러나 정부는 사실상 40년을 방치한 뒤 지난해야 유네스코에 세계 문화유산신청을 해놓은 상태다.김 의장은 훼손방지를 위해 △암각화 전방에 제방을 쌓아 당장 물에 잠기지 않도록 물길을 돌리고 △사연댐에 수문을 설치해 수위를 낮추는 근본적 대안을 제시했다.제방은 200∼400억원,사연댐 수위를 낮추는 방안은 공기 3∼5년에 약 2300억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추정했다.김 의장은 “의지의 문제이지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예산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문화유산을 이토록 방치하면서 과연 문화국민이라고 할 수 있는지 반문하고 싶다”고 토로했다.암각화에 남다른 애착을 보이는데 대해 “우연히 작살맞는 고래그림을 보고 감동적인 충격을 받은 뒤부터 관심을 갖게 됐는데 나 스스로도 게을러 아직도 이 문제를 풀어내지 못하고 있다.암각화를 이대로 방치하면 우리는 부끄러운 후손이다”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