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결단을 내렸습니다. 간밤에 중국 검색 사이트(www.google.cn)를 닫고 접속을 홍콩 사이트(www.google.hk)로 유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주소창에 구글차이나 주소를 치면 자동으로 홍콩 사이트로 넘어갑니다. 중국 사이트는 검열받은 결과를 보여줬는데 홍콩 사이트는 검열 안받은 결과를 보여줍니다.

구글 홍콩 사이트에서 ‘tiananmen square(천안문광장)’을 검색하면 1989년 천안문사태 사진과 동영상이 모두 뜹니다. 중국 정부가 중국인들의 구글 홍콩 사이트 접속을 차단하지 않으면 그동안 감췄던 사진 동영상이 공개되는 셈입니다. 아직 확인되진 않았지만 신속히 접촉을 차단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시다시피 구글은 지난 1월 중국 시장에서 철수할 수도 있다고 엄포를 놨습니다. 중국 사이트에 대한 사이버 공격과 중국 정부의 검열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이때부터 2개월 동안 협상을 벌였지만 중국정부는 구글이 자체검열해야 한다는 방침을 전혀 바꾸지 않았다고 합니다.

구글과 중국 정부간 싸움을 지켜보노라면 구경꾼 입장에서는 재미있지만 너무 심각한 싸움이라도 함부로 말을 꺼내기도 어렵습니다. 구글은 최악의 경우 세계 최대인 중국 시장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강경한 입장인 반면 중국 정부는 12억 인민들에게 모든 걸 적나라하게 보여줄 순 없다는 입장입니다.

양측 얘기를 들어보면 모두 일리가 있습니다. 구글은 자체검열을 거치지 않은 검색 결과를 보여주는 걸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2006년 중국에 진출하면서 중국 정부의 자체검열 요구를 수용했지만 논란이 많았습니다. 구글 검색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반인권적 요구를 수용하는 셈이기 때문이었죠.

구글로서는 작년말 중국 해커들의 사이버 공격을 받은 뒤에는 도저히 참기 어려웠을 겁니다. 단순히 중국 인권운동가들의 이메일을 뒤지는 차원을 넘어 소스코드까지 훔쳐갔다고 합니다. 구글 뿐만 아니라 30개가 넘는 미국 기업들이 당했다고 하는 걸 보면 산업 스파이 행위로도 간주하는 것 같습니다.

중국 정부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중국 인터넷 인구는 4억으로 세계 최대입니다. 그래서 많은 미국 기업들이 큰 꿈을 안고 중국 시장에 진출했지만 재미를 못봤습니다. 야후의 경우 중국 사업을 접고 알리바바에 넘겼죠. 중국 정부가 지나치게 자국기업을 편든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구글의 중국 검색시장 점유율은 33%라고 합니다. 한국에서 헤매는 것에 비하면 꽤 높다고 볼 수도 있지만 구글을 벤치마킹한 중국 바이두(63%)의 절반에 불과합니다. 중국이 구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지 않습니다. 작년 4분기 구글 매출 66억7천만$ 이 가운데 1억5천만$이 중국 매출입니다.




중국 정부 입장로서는 아직까지는 모든 걸 공개하긴 어렵다는 입장인 것 같습니다. 민주화 요구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올 경우 국가를 통제하기 힘든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고 보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서비스를 차단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구글 검색도 마찬가지입니다.

중국은 19세기 중반 서양에서 들어온 아편 때문에 100년 동안 홍콩을 영국에 조차하는 굴욕을 당한 바 있습니다. 이런 아픈 과거 때문에 모든 걸 숨김없이 노출하는 인터넷 서비스를 아편으로 생각하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적어도 현재로서는 모든 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는 게 확고한 입장으로 보입니다.

구글이 ‘빅브라더’가 되는 걸 견제하려는 속셈이 있는지도 모릅니다. 구글 등 외국 기업들을 강하게 견제함으로써 자국 기업들을 육성하려는 속셈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유야 어떻든 숨기고 싶은 정보를 모두 까발리는 구글이 이쁘게 보일 리 없죠. 그래서 중국에선 중국법을 따르라고 주장하는 겁니다.

구글과 중국 정부간 싸움이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합니다. 구글은 구글 서비스에 길들여진 중국 네티즌들이 강력히 반발해주길 기대할 지도 모릅니다. 지난 1월 중국에서 철수할 수도 있다고 발표했을 때 수백명의 중국 네티즌들이 구글차이나 건물 앞에서 촛불시위를 벌이며 중국 정부를 비난했습니다.

구글과 중국 정부 간 싸움을 지켜보는 마음은 착잡합니다. 중국 정부가 강경하게 나오는 이유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자의든 타의든 ‘빅2’로 부상하고 있는 만큼 위상에 걸맞는 행태를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도 듭니다. 여러 가지 얘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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