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만명으로 추정되는 우리나라 트위터 사용자들 사이에서 오후 3시는 '올레타임'으로 통한다. 3시 정각이 되면 올레케이티(@ollehkt)가 이벤트를 벌이기 때문이다. KT의 대표 브랜드인 올레케이티는 회사 트위터의 닉네임이다. 올레케이티가 올레타임에 벌이는 이벤트는 다양하다. 스무고개 퀴즈를 내기도 하고 끝말잇기를 하기도 한다. 당첨자에겐 커피 쿠폰,케이크 교환권 등을 준다.

KT가 올레케이티 계정을 만들어 트위터를 이용해 홍보를 시작한 건 지난해 7월.이제 8개월밖에 안됐지만 팔로어(구독자)가 1만6200여명이나 된다. 우리나라 기업 트위터로는 가장 많다. 올레케이티는 이젠 '트위터 스타'이다. 따분해지기 시작하는 오후 시간대에 재미를 주기도 하고 KT 서비스에 관해 질문하면 밤낮과 휴일을 가리지 않고 신속히 답변해주기도 한다.

처음부터 스타였던 건 아니다. 트위터를 시작했을 때 반응은 싸늘했다. '트위터에서 홍보나 할 것'이라느니 '고객들을 감시하려 하느냐'느니 온갖 비난이 쏟아졌다. 이 무렵 아이폰은 '다음달폰'으로 불렸다. "다음 달 나온다"는 예상이 번번이 빗나가자 다들 '다음달폰'이라고 빈정댔다. 아이폰 도입을 추진한 기업이 KT였으니 트위터 사용자들이 올레케이티한테 걸어오는 말이 고울 리가 없었다.

KT에 대한 원성이 절정에 달했을 때는 하루에 1000개가 넘는 멘션(특정인에 관한 글)이 들어오기도 했다. KT를 비난하거나 빈정대는 글이 대부분이었다. 오해나 사실과 다른 내용도 많았다. 올레케이티 담당자인 조주환 과장과 문종원 대리는 이런 멘션에 대해서는 일일이 답변을 해줬다. 뭐라고 답해야 할지 난감할 때는 해당 부서 담당자나 임원한테 전화를 걸어 알아내 알려주기도 했다.

당시에는 올레케이티가 트위터에서 가장 많이 한 말은 '죄송합니다'였다. 지금도 사과해야 할 일이 적지 않지만 그때와는 확연히 달라졌다. "오늘 하루도 올레 올레 화이팅^^","담당부서에 확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와이브로 고객센터에 문의하시면 되겠네요. 080-000-1472 입니다","죄송합니다. 용량 증설을 통해 계속 개선하도록 하겠습니다. 미리 공지드리지 못한 점 죄송합니다. "

KT는 작년 11월에는 쇼(Show) 서비스 트위터 계정(@show_tweet)도 만들었다. 넉 달 동안 날린 트위트(단문)가 1000여개로 올레케이티의 10%도 안 되지만 팔로어가 벌써 6500여명에 달했다.

최근에 날린 트위트로는 "청소년 데이터 요금제는 아직 출시되지 않았습니다","관련 사항을 확인한 후에 연락 드리겠습니다. 이용에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감사합니다. 담당부서에 전달하겠습니다" 등이다.

올레케이티가 트위터 스타로 뜨면서 KT 이미지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요즘엔 "KT가 많이 변했다"는 말을 듣곤 한다. KT에 관한 멘션에서 비난 비중이 눈에 띄게 줄어든 반면 KT 서비스에 관한 질문이 주류가 됐다. 서비스 관련 아이디어도 많이 들어온다. 올레케이티 담당자들은 날마다 '트위터 일일보고'를 만들어 퇴근 직전에 이메일로 이석채 회장과 임원,관련부서 등에 보내준다.

조 과장은 "트위터가 나오면서 기업의 사이버 홍보가 음지에서 양지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전에는 아르바이트생들한테 자사를 띄우고 경쟁사를 비방하는 댓글을 달게 하는 기업이 많았다. 트위터에서는 이런 전략이 먹히지 않는다. 치부까지 드러내놓고 진심으로 고객과 소통하지 않으면 인정받지 못한다. 조 과장은 "트위터를 해 보면 고객이 얼마나 똑똑한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조 과장은 요즘 사내외에서 트위터 전도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트위터를 모르는 임원들을 찾아가 사용법을 알려주기도 하고 사원들을 모아놓고 강의를 하기도 한다. 19일에는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2010 코리아 소셜미디어 서밋'에서 '기업 소셜미디어 성공전략'이란 주제로 발표를 했다. 조 과장은 기업 트위터를 운영하려면 목표를 정해놓고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T는 트위터를 통한 홍보가 TV 광고에 못지않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자평한다. 매년 수십억원씩 광고에 쏟아부어도 바뀌지 않던 '공룡 KT'의 이미지가 트위터 홍보를 통해 눈에 띄게 개선됐다는 것이다. 조 과장은 "우리나라 트위터 사용자가 20만명에 불과한데 큰 효과가 있겠느냐"고 묻자 "트위터에서 주고받은 얘기가 블로그 카페 등을 통해 널리 퍼져나간다"고 설명했다.

기업문화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고객과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임직원들이 공감하기 시작했다. 지난 1월엔 넥서스원 1호 개통을 3시간 만에 처리한 적이 있다. 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강훈구씨가 전파연구소 인증을 받았다는 트위트를 날리자 올레케이티가 즉시 해당 부서에 알려 관례를 깨고 일을 처리했다. 조 과장은 "의사결정이 매우 빨라졌다"는 호평을 받았다고 말했다.

KT가 성공하자 많은 기업들이 따라하고 있다. 트위터 공식 계정을 만든 기업이 150개쯤 된다. 지난달에는 9개 기업이 기업트위터연대를 만들었다. 참여 기업(브랜드)은 KT를 비롯해 대한항공(@KoreanAir_Seoul) 이마트(@Emartmall_com) 기업은행(@SMART_IBK) 매일유업(@freshmaeil) 동원참치(@dongwon_tuna) 팬택스카이(@gotfeverSKY) 산돌커뮤니케이션(@Sandollcomm) MBC(@withMBC) 등이다.

이들은 매월 첫주 금요일에 공동 이벤트를 벌이기로 했다. 지난 5일 이벤트에는 8개 기업이 참여해 순두유 참치 머그컵 티셔츠 등의 경품을 내놓았다. 19일에는 기업은행이 경품행사를 벌여 콘서트 티켓을 줬다. 트위터만 잘한다고 성공은 아니다. 소셜미디어 서밋에 참가한 한 트위터러(@schbard)는 '가장 나쁜 기업은 트위터만 하고 아무것도 바꾸지 않는 기업이다'는 트위트를 날렸다.

김광현 IT전문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