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직장인 A씨(32)는 최근 미국 구글의 웹사이트를 통해 국내에 아직 나오지 않은 스마트폰 ‘넥서스원’ 한대를 구입했다.퀄컴 스냅드래곤을 탑재해 노트북에 버금가는 성능과 500만 화소 카메라, 얇고 가벼운 디자인 등에 반해 일찌감치 점찍어 둔 제품이었다.

A씨가 구글웹을 통해 주문한 넥서스원 단말기의 가격은 529달러, 한화로 치면 약 62만원이다. 여기에 현지 세금과 배송비, 국내 통관세 등을 합쳐 77만원 가량이 들어갔다.

예상보다 통관이 늦어져 제품을 주문하고 보름만에 기다리던 넥서스원을 손에 쥔 A씨는 국내 개통에서 가장 중요한 절차인 '전파 인증'을 받기 위해 서울 용산의 전파연구소로 달려갔다.

신청서를 작성하고 시험료와 인증료, 면허세 등을 포함해 36만원을 내고 넥서스원이 무사히 인증 통과하기를 기다렸다. 전파인증은 최장 25일이 걸리기도 하지만 A씨는 다행히 열흘만에 인증서를 받았다. 곧바로 국내 이동 통신사 대리점으로 달려가 넥서스원을 개통했다.

A씨는 넥서스원을 구입, 국내에서 사용을 하는데까지 총 113만원의 돈과 모두 25일이라는 시간이 걸렸지만 새 제품에 대한 '기대감'과 얼리어답터로서의 '
뿌듯함'에 비하면 전혀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다.

A씨처럼 미국 등 해외 사이트를 통해 국내에 출시되지 않은 '스마트폰'을 사고 개인 자격으로 인증을 받아 국내에서 사용하는 이들이 줄잇고 있다.

각종 포털사이트에는 애플 '아이폰'을 미국 현지 제품으로 구매하거나 아직 국내에 선보이지 않은 구글 '넥서스원'을 온라인으로 산 뒤 개통하고 싶어하는 이들의 문의가 쏟아지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러나 이럴 경우 만만치 않은 비용과 시간 투입을 감수해야 한다. 온라인으로 어렵사리 해당 제품을 구매한다 하더라도 관세, 배송료 등에 대한 추가 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국내에서 이를 사용할 수 있기 위해서는 기기에 대한 전파인증을 반드시 받아야 하며 이 비용 또한 만만찮다.

방송통신위원회 산하 전파연구소에 따르면 개인 자격으로 전파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시험수수료와 인증수수료, 지방세(면허세) 등을 내야 한다. 스마트폰의 경우 이동전화 기능 뿐 아니라 와이파이, 블루투스 등 다양한 기능에 대해 검증까지 받아야 하므로 항목별로 비용이 추가된다.

일반적으로 아이폰 또는 넥서스원 1대에 들어가는 전파인증 비용만 36만원 정도다. 여기에 현지에서 판매되는 단말기값과 관세, 배송료 등을 더하면 총 비용이 최소 100만원에서 최대 120만원에 이르고 있다.

개통에 들어가는 시간 또한 적지 않게 걸린다. 배송기간을 제외하고도 전파인증에만 최단 일주일에서 최장 25일이 소요된다.따라서 실제 구입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기 까지는 15~40일 가량으로 계산된다.

사설 대행업체를 통해 전파인증을 받을 수도 있는데, 이 경우 소요시간은 다소 짧지만 비용이 약 15만원 정도 더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비용과 시간 부담에도 불구하고 국내 미등장 스마트폰 및 휴대폰에 대한 개인 전파인증을 받는 '얼리어답터'의 숫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9월부터 지난 9일까지 전파연구소로 부터 개인 전파인증을 받은 숫자는 총 799건으로 집계됐다. 애플 아이폰이 725건, 구글 넥서스원이 74건이고 그 외 스마트폰과 일반 휴대폰이 40건이다.

아이폰의 경우 KT를 통해 국내 출시되기전 해외에서 구입하거나 국내 판매용이 아닌 미국 현지 제품을 구입한 이들로 인해 전파인증 건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구글이 대만HTC와 함께 내놓은 넥서스원 역시 국내 시장에 출시되지 않은 제품임에도 지난 1월 22일 전파인증을 통해 첫 개통자가 나온 이후 인증 신청자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1GHz급 프로세서인 퀄컴 스냅드래곤을 탑재하는 등 높은 사양을 갖춘 넥서스원은 특히 남보다 빠르게 최신 제품을 가지려는 얼리어답터들에게 인기다.

'얼리어답터 경영자'로 잘 알려진 박용만 두산 회장은 최근 ‘넥서스원’에 대한 개인 전파인증과 등록을 거쳐 개통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회장은 이달 초 이탈리아 출장 중 자신 트위터에 “넥서스원을 오늘 개통했다. 서울에서 내 귀국을 기다리고 있겠네. 주인이 가려면 멀었는데”라며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편 일부 소비자들 가운데는 전파연구소를 통해 개인 자격으로 인증을 받는데 따른 비용과 시간이 과도하다고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국내 제조사에서 생산하는 휴대전화나 해외 제품을 수입하는 경우 모델별로 한 개씩을 선별해 샘플 검사하는 방식이지만 개인이 전파인증을 받는 경우에는 1대마다 전파인증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비용과 시간 부담이 높다는 것이다.

전파연구소 관계자는 “어차피 개인이 인증을 받는 것은 판매가 목적이 아닌 사용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1대 이상 인증을 받는 경우가 거의 없다”면서 “인증비용이 다소 비싸게 느껴질 수는 있지만 늘어나는 전파인증 수요와 더불어 개인 실수요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원 비용보다는 훨씬 낮춘 금액으로, 또 검사항목도 단순화해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