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호텔이 '디저트계의 디오르'로 불리는 프랑스의 유명 파티셰 피에르 에르메(34 · 사진)를 초청해 마련한 '피에르 에르메 디저트 판매전'이 14일 막을 내렸다. 그의 명성에 걸맞게 국내 '스위츠(sweets) 마니아'들이 대거 몰려 지난 1일부터 진행된 행사 기간 동안 신라호텔 패스트리 부티크의 매출이 평소에 비해 4배나 폭증했다.

이번 판매전은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의 맏딸인 이부진 신라호텔 전무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 식음료 사업부문에 관심이 많은 이 전무가 해외 출장길에 맛본 에르메의 초콜릿과 마카롱 등에 매료돼 판매전을 기획하게 됐다는 후문이다. 이 호텔은 피에르 에르메 디저트 매장을 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피에르 에르메는 '내 몸에는 단(sweet) 피가 흐른다'는 그의 표현처럼 프랑스 알사스 지방에서 4대째 사탕공예를 이어온 집안에서 태어났다. 14세 때 처음 베이킹을 시작했고 21세 때인 1997년 프랑스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디저트 카페를 열었다. 현재 그는 파리에 6개,일본 도쿄에 7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루이비통이 2006년 일본 도쿄에서 진행한 첫 해외 패션쇼에서 그의 디저트를 내놓을 정도로 '럭셔리 디저트'의 대명사로 통한다.

그는 작년에만 120여개의 레시피를 개발했다. 그의 대표 메뉴는 10년간 공을 들여 완성한 '이스파한'.1980년대 말 불가리아의 한 레스토랑 주방에서 장미를 사용하는 것에 착안,장미와 비슷한 향을 내는 라즈베리와 중국 음식점에서 후식으로 널리 쓰이는 과일 '리치'를 넣어 만들었다.

에르메는 자신의 레시피를 책으로 발간하기도 했다. 그는 '며느리에게도 가르쳐주지 않는 비법'을 감추지 않은 이유에 대해 "기쁨을 함께 공유하기 위해서"라면서도 "창조력만큼은 공유할 수 없는 자신감이 있어 공개할 수 있다"고 답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