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 인근 대형마트에서 특히 잘 팔리는 상품은 뭘까. 디지털 카메라다. 공단에서 일하는 동남아인들이 멀리 고향의 가족에게 안부를 전하는 필수품이기 때문이다.

외국인이 많이 사는 지역 대형마트에서는 특정 품목이 유독 인기를 끄는 경우가 많다. 국내 외국인 인구가 1.7%이지만 일부 지역은 최고 8%에 달해 이들이 매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다. 이에 따라 해당 대형마트는 외국인 선호 품목의 물량을 다른 곳보다 20~30% 늘려 준비한다.

◆동남아인 많은 지역은 수산물 · 열대과일

홈플러스 114개 점포 중 디지털 카메라 매출은 공단 지역인 안산점(안산시 외국인 4.6%)이 1위,금천점(금천구 6.9%) 7위,가좌점(인천 서구 2.5%) 13위,김포점(김포시 5.0%)이 16위다. 정병문 홈플러스 마케팅 상무는 "공단지역 점포에서 디카 매출은 떼어 놓은 당상이라고 할 정도"라고 말했다.

경기 광주시(외국인 3.8%)의 이마트 광주점은 지난해 9월 개점 이후 전체 매출은 127개 점포 중 60위권인 중간 규모이지만 새우,생선회,생선초밥은 10위권이다. 상권 내 동남아인 1만여명이 수산물을 많이 찾기 때문.인천 중구(4.1%)의 이마트 동인천점은 전체 50위권인 반면 차이나타운의 화교 3000여명과 인천 국제여객터미널을 찾는 중국인 선원,관광객들로 인해 식용유 매출은 10위 안에 든다.

홈플러스 안산점에서는 코코넛 통조림과 월남쌈용 라이스 페이퍼,소스 매출이 타 점포보다 20~30% 높다. 홈플러스 김포점은 아보카도,리치,망고 등과 같은 열대과일 매출 신장률이 23%로 전 점포 평균(11%)보다 2배 이상 높다.

◆미국인은 와인,일본인은 조미김 · 김치

용산구는 동부이촌동 일대 일본인 마을,미군부대에다 외국 대사관이 몰려 있어 외국인 비중이 5.0%로 중구까지 합치면 줄잡아 2만명이 거주한다. 이 지역에 가까운 이마트 용산점은 일본인들이 많이 찾는 조미김과 김치 판매량이 전국 점포 중 가장 많다. 와인 매출은 미군 가족과 대사관 외국인들에 힘입어 연간 30억원으로 2위보다 30%나 많은 1위다.

평택 미군부대를 끼고 있는 홈플러스 송탄점(2.7%)은 와인 매출 신장률이 21%로 전 점포 평균(5%)의 4배이고,파스타도 31%(평균 19%)로 월등히 높다. 일본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롯데마트 서울역점은 아예 작년 1월부터 '일본인 상품존'을 마련해 소주 막걸리 삼계탕 고추장 유자차 등 20~30개 인기 상품을 모아 판매하고 있다.

김근만 이마트 프로모션팀장은 "외국인이 많이 찾는 점포에는 외국어를 구사하는 인력을 배치하거나 다양한 언어로 방송을 한다"며 "일부 매장에서는 외국인 구매시 세금 일부를 환급해주는 서비스도 제공한다"고 말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