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이폰을 구매한 장승민씨(37)는 막상 기능을 점검해본 뒤 적지 않은 실망을 했다. '손 안의 PC'라는 말과 달리 인터넷에서 물건을 사려 해도 결제가 되지 않는데다 웹 페이지에 있는 상당수 동영상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PC와 달리 전자상거래나 웹서핑 때 각종 제약이 따르는 스마트폰 기능의 보완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인터넷에 구축돼 있는 전자상거래 결제나 동영상 구현 기술 등이 스마트폰 환경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 개발이 관건이다.

MS 덫`에 걸린 스마트폰…결제 서비스 중단
MS 익스플로러에 98% 의존…스마트폰 전자결제 차질
`액티브X` 기반 결제 시스템이 문제

실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액티브X(웹에서 추가로 다른 파일을 실행하도록 도와주는 기능)나 어도비의 플래시(인터넷에서 그래픽 동영상을 구현하는 기술) 등은 스마트폰에서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 PC와 스마트폰을 오갈 수 있는 호환성이 부족하고 업계 표준도 없어서다.

최근 업계는 대안으로 HTML 5,모바일 OK 같은 표준 기술을 주목하고 있다. PC와 스마트폰 모두에서 웹서핑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새로운 표준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구글,애플 같은 글로벌업체들도 이 같은 움직임에 가세하면서 '하나의 웹'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웹은 하나다'

신개념 태블릿PC인 '아이패드'를 발표한 애플은 최근 미국의 대표적인 소프트웨어 업체 어도비와 갈등을 겪고 있다. 애플은 아이폰에 이어 아이패드에서도 어도비 기술(플래시)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어도비는 이에 반발하고 있다.

어도비의 플래시 플레이어는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전 세계 PC 99%에 설치된 기술이다. 사실상 표준에 가까운 기술까지 거부하면서 애플이 대안으로 언급한 것은 차세대 웹언어 표준인 HTML5다. 이를 이용하면 플래시가 없어도 아이폰,아이패드에서 얼마든지 웹서핑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HTML(HyperText Markup Language) 5는 웹 표준 기관인 월드와이드웹 컨소시엄(W3C)이 만들고 있는 차세대 웹 언어 규격이다. 2004년 표준 제정에 착수해 최종 규격 발표를 앞두고 있다. 여기에는 애플의 경쟁사인 구글도 동참하고 있다. HTML 5는 문서 작성 중심으로 구성된 기존 표준에 그림,동영상,음악 등을 실행하는 기능까지 포함시켰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인터넷 브라우저에서 동영상이나 음악을 재생하려면 플래시 같은 플러그인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브라우저 하나만 있으면 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휴대폰 모바일OK 표준도 등장

SK텔레콤,KT,LG텔레콤 등 이동통신사와 네이버,다음 등의 포털 등으로 구성된 모바일웹2.0포럼은 '모바일 OK'라는 표준도 만들었다. PC에 비해 화면 크기가 작고 마우스 같은 입력 장치도 없는 스마트폰에서 쉽게 웹을 사용할 수 있도록 웹사이트 크기,입력 방식 등을 통일하겠다는 취지다. 실제 서울시는 얼마 전 이 표준을 이용한 모바일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포럼은 액티브X를 사용하지 않고도 전자상거래 결제가 가능한 시범 사례도 개발했다.

HTML 5와 모바일OK를 이용해 웹사이트를 만들기 시작하면 국내 전자상거래에서 많이 쓰이는 액티브X는 물론 동영상 구현에 필요한 각종 프로그램을 별도로 설치할 필요가 없어진다. 비표준 기술로 인해 빚어진 PC와 스마트폰 간의 웹서핑 간극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는 얘기다.

이승윤 전자통신연구원 서비스융합표준연구팀장은 "인터넷이 PC뿐만 아니라 스마트폰,TV 등으로 확산되는 상황에서 어느 때보다 표준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기업들도 표준을 이용해 웹사이트를 만들면 PC,휴대폰,TV 등 3스크린 환경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