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27일로 취임 1주년을 맞는다.

1975년 포스코에 들어가 `포스코맨'으로 35년간 외길을 걸어온 정 회장은 임기 1년을 전대미문의 위기를 극복하는 것으로 보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든 리더십 = 정 회장이 취임한 지난해는 포스코가 1968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감산을 단행했을 정도로 미국발 금융위기에서 비롯된 글로벌 철강업계의 불황이 최고조에 달했다.

정 회장은 취임하자마자 생존을 위한 비상경영 체제를 가동해 분기 단위로 점검하던 경영계획을 일주일 단위로 바꾸고 `스피드 경영'에 돌입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원가 절감 노력을 배가해 지난해 1조1천500억원의 원가를 줄이는 성과를 거뒀다.

이에 힘입어 포스코는 지난해 본사 기준으로 조강생산량 2천950만t과 매출 26조9천540억원에 영업이익 3조1천480억원을 기록했다.

포스코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절반으로 줄었지만 경쟁 관계인 신일본제철이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지난해 3분기까지 세계 최대 규모의 철강회사인 아르셀로미탈의 영업이익이 1억2천500만달러에 그친 것에 견줘 보면 엄청나게 선방한 것이다.

이처럼 포스코의 경쟁사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서도 포스코가 좋은 실적을 올린 배경엔 정 회장의 발 빠른 위기 대처 능력이 빛을 발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임기 2년차는 `포스코 3.0 원년 = 정 회장은 임기 2년차를 맞은 올해 시무식에서 `포스코 3.0'이라는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창업기와 성장기가 각각 포스코 1.0과 2.0이라면 앞으로 펼쳐질 포스코의 새 시대가 3.0이다.

지금까지 당연하게 여겼던 한계를 넘고 모방과 추격에서 탈피해 기술을 선도하는 위치에서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기업의 격을 한 단계 높이자는 비전이 포스코 3.0에 담겨 있다고 한다.

정 회장은 "포스코 3.0 실현을 위해 사업영역을 진화시키고 활동 무대를 확대하며 업무 추진방법의 혁신을 이루자"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올해 철강 본업을 바탕으로 비철 분야를 아우르는 종합 소재 기업으로 성장하는 기반을 마련하는 동시에 에너지, 자원개발, 건설, 정보통신 사업 등을 전략사업군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인도네시아와 인도에 제철소를 세워 해외 사업을 한층 더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현재 12개국, 42개 수준인 가공센터를 늘려 고객 위주의 글로벌 마케팅 네트워크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해 국내 5조원, 해외 철강부문 1조원, 에너지 부문 3천억원, 인수.합병 3조원 등 총 9조3천억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예산을 책정했다.

업무 추진방법의 혁신은 정 회장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조하는 메시지다.

신뢰와 소통의 토대 위에 계열사(패밀리사) 책임경영과 경쟁 DNA 확립, 창조적 혁신 등을 이룰 때 비로소 포스코 3.0이 실현될 수 있다는 신념에서다.

이 가운데 고객사와의 신뢰, 사내 구성원 간의 격의 없는 소통은 현장 출신의 정 회장이 굳게 지켜온 경영 철학과 관통한다.

정 회장은 실제로 이메일을 전 직원에게 정기적으로 직접 보내는 등 소통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그는 또 `회사의 이익과 고객사의 신뢰가 상충한다면 회사의 이익을 버려야 한다'고 말할 만큼 고객사와 구축해 놓은 신뢰를 중요하게 여긴다.

새로운 1년을 맞이하는 정 회장의 `포스코 3.0' 구상이 향후 1년간 포스코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에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강훈상 기자 hsk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