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는 다른 대기업보다 보고가 많은 것 같습니다. "(과장급 직원)

"보고문화를 바꾸자는 것은 누차 강조해 온 것입니다. 대면으로 보고해야 예의가 있다고 여기는 문화가 있는데,앞으론 빠른 결정을 위해 메일 위주로 보고하도록 하겠습니다. 스마트폰을 나눠준 이유도 바로 그런 취지죠.여러분들이 또 다른 방법을 제시해주면 그대로 하겠습니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

◆소통과 신뢰 확대해야

정준양 회장이 18일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최고경영자(CEO)와의 대화'에서 직원 50여명과 허심탄회한 시간을 가졌다. 사전에 원고를 준비하지 않은 채 즉석에서 직원들의 질문에 답하는 방식이었다. 포스코가 글로벌 회사가 되도록 해외 유학 기회를 확대해 달라는 건의엔 바로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정 회장은 직원들과의 한 시간여 대화 내내 소통과 신뢰를 강조했다. "커뮤니케이션은 상대방을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귀를 열어 상대방 이야기를 듣는 것"이라며 "사람과 만날 때 50%만 같고 50%가 다른 경우 두 번째 만날 때는 다른 50%에서 같은 것을 찾아나가면 구동존이(求同存異),대동소이(大同小異)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객과의 소통과 신뢰도 역설했다. 그는 "고객사가 친숙함을 느끼도록 지속적으로 내부 평가를 하면서 고객사의 말을 듣겠다"며 "회사의 이익과 고객사와 신뢰가 상충하면 이익을 버리고 신뢰를 얻자는 게 내 방침"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두뇌와 가슴에 호소하는 마케팅을 벌였다면 앞으론 기업이 사회공헌과 연결된 '혼'에 호소해야 한다"며 '마케팅 3.0론'도 소개했다.

인수 · 합병(M&A) 계획에 대한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그는 "대우인터내셔널은 처음부터 관심이 있다고 공언했기 때문에 경쟁이 있다면 경쟁해 보겠다"며 "다만 대우조선해양은 시장에 나오지도 않았고,일부 우려가 많아 노코멘트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포스코는 정 회장의 뜻에 따라 이 같은 행사를 매월 1회로 정례화하기로 했다.

◆성장과 통합에도 주력

정 회장이 기업문화적 측면에서 신뢰와 소통을 중요시했다면,경영전략 측면에선 성장과 통합에 초점을 맞출 전망이다. 포스코는 이달 말께 예정된 조직개편에서 성장투자 분야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국내외 기업 M&A,그린 필드(신규 공장 건설) 및 브라운 필드(소규모 기업 인수 후 사업 확장) 투자,첨단 소재와 신 · 재생 에너지 사업 등에 속도를 내기 위한 것이다. 본사와 출자사 간 기술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직 구성도 구상 중이다.

그룹 통합경영도 강화하기로 했다. 국내 23개 출자사의 기업이미지(CI)를 통합해 본사와 출자사 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브랜드위원회 설치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는 이미 전산망 등 IT(정보기술) 통합작업을 진행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정 회장 경영체제를 더 안정화하고 성장과 통합에 주력할 수 있도록 조직을 개편하기 위해 마무리 검토 작업을 하고 있다"며 "조만간 조직개편안을 정 회장에게 보고한 뒤 최종 조율작업을 거쳐 26일 주주총회 이후 임원 인사와 함께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