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던 그리스발 유럽 재정위기 문제는 5~6일 열린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 ·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도 주요 의제로 논의됐다. G7은 "그리스 위기는 유럽 스스로 해결할 수 있으며 국제통화기금(IMF)의 손을 빌리진 않는다"는 데 의견일치를 보았다. 하지만 포르투갈 정부의 재정감축 법안이 의회에서 부결되고 그리스에선 긴축정책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는 등 유럽 각국의 재정위기 해소 노력이 순탄치만은 않은 상황이다.

◆"유럽 차원의 문제"

G7 재무장관 ·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참가국들은 그리스의 재정악화 문제에 대해 유럽 내에서 대응해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 티모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회의가 끝난 후 "유럽 국가들이 그리스 문제를 '주의 깊게' 다루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프랑스 재무장관도 "G7 회원 유럽 국가들(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은 (그리스의 재정적자 문제가) 통제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밝혀 유럽연합(EU) 차원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할 것임을 내비쳤다. 이와 관련,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아이슬란드의 금융위기와 1990년대 아시아위기 땐 IMF가 재건에 주도적 역할을 했지만 그리스 문제는 EU 역내에서 처리하려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오는 11일 열리는 EU 특별정상회의는 그리스발 재정위기의 확산 여부를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의는 지난해 12월 유럽 미니 헌법인 리스본조약 발효와 함께 EU 정상회의 상임의장(대통령)에 취임한 헤르만 판롬파위가 소집한 것으로,그리스의 재정적자 감축안에 대한 전체 회원국들의 승인 여부가 결정된다. 전문가들은 실제로 국가부도 위험은 없는지,문제가 생겼을 때 다른 회원국이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등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해소할 보다 구체적 방안이 논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그리스와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들의 위기는 단순한 재정적자 위기가 아니라 정치적 위기로서 EU의 대처능력을 시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브프라임과는 다르다"

아직은 'PIGS(포르투갈 아일랜드 ·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의 위기가 유럽 내 문제로 인식되고 있지만 적절한 대응책이 마련되지 못하면 경기침체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고 있는 세계경제에 또 다른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제2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온다. 그리스 사태가 수습되지 못해 유럽뿐 아니라 미국과 영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재정적자에 대한 불안감으로 확산될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이 또 한 차례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우려는 서브프라임 사태도 초기엔 비슷하게 출발했다는 점에 근거하고 있다. 도이체방크는 유럽 국가들의 국채 부도위험을 반영하는 신용부도스와프(CDS) 가산금리가 폭등한 것에 대해 "미국과 영국의 재정위기에 대한 '드레스 리허설'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아직까진 부실 규모가 불확실했던 서브프라임과 달리 각국의 재정적자 규모는 명확해 통제 가능하다는 게 대체적 견해다. 다만 제2의 금융위기 사태로까진 번지지 않더라도 세계경제의 회복세를 지연시킬 가능성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짐 오닐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유럽 국가의 재정적자 문제는 긴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성장둔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유럽 중국 인도 등 24개국 중앙은행 총재들은 7~8일 호주 시드니에서 비공식 긴급회동을 갖고 유럽 재정적자 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박성완 기자/뉴욕=이익원 특파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