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양희동씨(38)는 스마트폰을 산 지 한 달도 안돼 두 번이나 애프터서비스센터를 찾았다. 웹서핑 때 특정 사이트에만 가면 화면에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아 수리를 신청했지만 끝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하지만 양씨는 며칠이 지나 회사 후배로부터 스마트폰에서는 웹서핑에 일부 제한이 있는 게 정상이라는 얘기를 전해 듣고 허탈감을 느껴야 했다. 고장이 나지도 않은 제품을 고치려 했던 것.

스마트폰이 확산되면서 양씨처럼 '스마트폰 스트레스'를 겪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복잡한 기능을 이해하지 못하다 보니 멀쩡한 제품을 고장난 것으로 오해하는 일이 적지 않다. 제조사 서비스센터 일부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멀쩡한 휴대폰을 고친다며 소프트웨어를 새로 깔아보는 해프닝까지 벌어지고 있다.

스마트폰은 PC처럼 휴대폰에서 웹서핑이나 문서작업을 할 수 있는 똑똑한 기기이지만 제약도 많다. PC에서 웹서핑을 할 때 자주 이용하던 액티브X,플래시 같은 기능을 이용할 수 없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관련 툴로 제작된 웹사이트를 방문하면 화면에 아무 그림도 뜨지 않는다. PC에 비해 성능이 떨어지는 휴대폰 브라우저에서 이를 지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PC와 인터넷 보급 초기 이를 따라가지 못해 혼란을 겪던 컴맹,넷맹 문제가 대두된 것과 마찬가지로 스마트폰을 이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폰맹이 앞으로 늘어날 우려가 높다.

스마트폰에서 많이 사용하는 무선랜(Wi-Fi)도 소비자들이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기능 중 하나다. 휴대폰에서 통화 요금이 저렴한 인터넷전화를 사용할 수 있는 유 · 무선 컨버전스(FMC)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무선랜 설정을 해줘야 하는데 초보자들에게는 이게 쉽지 않다. KT의 FMC 휴대폰 구매자(5만7000여명) 중 20%는 아예 인터넷전화 서비스에 가입조차 하지 않았다. 통화요금을 줄일 수 있는 기능도 이들에겐 무용지물인 셈이다.

상당수가 유행에 휩쓸려 제품을 구매하다 보니 스마트폰을 스마트하게 이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그렇다고 모든 것을 소비자 탓으로 돌릴 수만도 없다. 인터넷 서핑이 정상으로 작동하지 않는 것을 고장이라고 생각하는 게 소비자들에게는 오히려 당연한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의 기능을 제대로 알리는 업체들의 노력도 필요하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