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롯데마트 서울역점을 찾은 주부 강민옥씨(43)는 설 선물세트 진열대를 둘러보곤 고개를 갸우뚱했다. 포도씨유와 카놀라유 500㎖짜리 2병씩 총 4개로 구성된 CJ제일제당의 '백설 프리미엄 1호'는 1만9800원으로 가격표가 붙어 있다. 그러나 이들 제품의 단품 가격을 합산해 보면 1만7500원으로,묶음 상품의 가격이 단품을 합친 것보다 오히려 2300원(13.1%) 비쌌다. 강씨는 "말 그대로 세트로 여러 개를 구매하기 때문에 가격이 조금이라도 싼 줄 알았는데 오히려 비싸다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설선물세트 가격이 해당 점포에서 판매하는 단품들의 가격을 합한 것보다 비싼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선물세트 가격은 한 회사 제품을 묶어 팔기 때문에 포장비와 인건비를 감안하더라도 단품에 비해 싸거나 비슷한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이날 한국경제신문이 대형마트 3사를 조사한 결과 대형마트 '빅3'는 최고 26% 높은 가격으로 선물세트를 판매하고 있다.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750㎖짜리 포도씨유 2개로 구성된 삼양사의 '까라페리 포도씨유 1호' 가격은 1만9900원이지만,진열대에서는 이 제품이 개당 7900원에 팔리고 있어 4100원(25.9%) 더 주고 사는 셈이다. 동원F&B의 '동원 20호'(살코기참치 100g×12개,런천미트 200g×3개) 역시 단품 합산 가격(2만3150원)보다 1750원(7.6%) 비싼 2만4900원에 내놓았다.

이에 대해 롯데마트 관계자는 "인건비,포장비 등의 비용으로 인해 품목에 따라 단품 합산가격보다 조금 비싸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고 26%까지 비싼 이유에 대해서는 "그렇게까지 가격차가 큰 상품이 있는지는 몰랐다"는 반응이다.

이마트 왕십리점에선 롯데햄의 로스팜(200g) 9개를 묶은 '로스팜 E-4호'를 2만9800원에 내놓고 있지만,정작 로스팜은 개당 2780원에 팔리고 있었다. 이를 9개 사면 2만5020원으로 세트가 4780원(19.1%) 비쌌다. 단품으로 10개를 사고도 남는 액수다. 홈플러스 신도림점에선 '롯데햄 13H호'가 2만2800원으로 단품(1만8200원)보다 4600원(25.3%) 비쌌다.

이마트 관계자는 "인건비,포장비를 감안하면 단품 가격을 합친 것보다 비싸질 수 있다"며 "선물세트 10개를 사면 1개를 덤으로 주기 때문에 이를 감안해 가격을 10% 낮춘 후 비교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직장인 문선진씨(33)는 "선물 세트를 10개 사서 덤을 받았을 경우에야 실속이 있다면 대량 구매하지 않는 일반 소비자들은 웃돈을 주고 사는 꼴"이라며 "선물세트 가격과 함께 각각의 구성품 가격도 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비자단체 관계자들은 선물세트의 가격은 자사의 제품을 한데 묶어 팔기 때문에 단가는 내려가게 마련이며,포장비를 감안해도 10% 이상 차이가 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롯데마트의 CJ제일제당 선물세트 카탈로그를 보면 스팸(200g) 9개로 구성된 '스팸8호'의 가격은 2만6900원으로 단품 가격의 합(2만7000원)보다 100원 싸다. '스팸 L호''스팸 H호' 등 '추천세트'로 소개된 제품들 역시 100~300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