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질주본색' 쏘나타 F24 GDi, 캠리와는 '다른 차'
현대자동차가 지난 18일 출시한 쏘나타의 고성능 버전 'F24 GDi'는 기존 모델에 비해 월등히 높아진 제원상 성능으로 출시 전부터 업계의 관심을 모아왔다.

[시승기] '질주본색' 쏘나타 F24 GDi, 캠리와는 '다른 차'
현대차가 고성능의 신형 엔진을 개발해 대표모델인 쏘나타에 탑재한 이유로는 국내외 시장에서 외산차들과의 성능 격차를 뛰어넘겠다는 의도가 다분하다. 현대차는 쏘나타 F24를 출시하며 "도요타 캠리, 혼다 어코드 등 동급 수입차와 경쟁을 펼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7일 제주도 일대에서 열린 시승회는 달라진 쏘나타의 성능을 본격적으로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현대차는 경쟁모델인 일본 도요타 '캠리'와의 비교시승 기회도 짧게나마 제공했다.

◆무엇이 달라졌나

[시승기] '질주본색' 쏘나타 F24 GDi, 캠리와는 '다른 차'
쏘나타 F24의 외관은 기존 모델과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 차량 뒷부분의 배기구를 2개로 늘린 '듀얼 머플러'가 탑재됐고 17인치급(43.18cm) 타이어를 기본 적용한 게 전부다.

기존 모델과의 차이가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역시 엔진이다. 쏘나타 F24 GDi에 탑재된 2400cc급 '세타 가솔린 직분사(GDi) 엔진'은 현대기아차가 지난 2006년부터 약 46개월의 연구기간과 1700여억원의 연구비를 투입해 개발했다. 고압의 연료를 연소실에 직접 분사하는 방식으로, 엔진의 흡기 효율을 높여 연비효율과 동력 성능을 개선시킨다는 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시승기] '질주본색' 쏘나타 F24 GDi, 캠리와는 '다른 차'
차량에 탑승해 시동버튼을 누르니 기존모델에 비해 훨씬 강렬한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잠자고 있던 짐승을 깨운 기분이랄까. 외산 스포츠세단의 시동을 걸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차를 몰고 제주도 해안도로로 향했다. 총 60여km의 시승구간은 굽이진 길과 탁 트인 직선코스가 적절히 분배돼 있어 차량의 절대성능을 시험하는 데 안성맞춤이었다. 악화된 기후조건은 차량의 안정성과 정숙성을 체험하는 기회로 삼았다.

[시승기] '질주본색' 쏘나타 F24 GDi, 캠리와는 '다른 차'
먼저 초반 가속능력을 가늠해 봤다. 정지상태에서 서서히 가속페달을 밟으니 엔진이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기존 모델의 경우 속도를 올리는 데 다소 둔중한 움직임을 보였던 것과 딴판이다. 과감히 페달을 깊숙이 밟으면 힘차게 치고 나가지만 통제하기 힘들 정도는 아니다.

◆감탄할 만한 동력성능…본색을 드러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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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제주도 지역에 내린 12mm 안팎의 비로 인해 노면이 미끄러워 이 차의 최고속력을 시험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코스를 달리던 도중 수시로 가속을 시도하며 동력성능을 가늠해 보니 시속 100~150km 사이에서 상당한 수준의 가속능력을 체험할 수 있었다. 페달을 밟는 족족 시원하게 도로를 차고 나가는 질주감을 느끼며 감탄사가 나왔다. 역대 쏘나타가 갖고 있던 패밀리세단의 컨셉트를 완전히 벗어난 모습이다.

미끄러운 노면에도 불구하고 핸들링 성능은 탁월했다. 급격한 코너가 많은 게 제주도의 지형적 특성이지만, 높은 속도로 코너를 공략할 때에도 차량이 회전각을 벗어날듯 한 불안함이 없었다. 이전의 가스유압식에서 속도반응 전동식으로 바뀐 운전대는 기존모델보다 훨씬 만족스러운 핸들링을 가능케 했다.

[시승기] '질주본색' 쏘나타 F24 GDi, 캠리와는 '다른 차'
쏘나타 F24의 서스펜션(차량 아랫부분 충격흡수장치) 세팅은 기존 모델과 확연히 다르다. 국산차로는 이례적으로 단단한 느낌을 준다. 세단의 안락함을 일정부분 포기하고 고속주행 적합성을 대폭 높였다. 빠른 속도로 코너를 돌 때에도 도움을 준다. 경쟁모델 '캠리'가 노면의 충격을 흡수하고 안락함을 강조하는 말랑말랑한 세팅을 채택한 것에 비하면 두 모델의 차이점이 가장 두드러지는 대목이다.

이처럼 역동성을 강조한 차인만큼 소음이 가장 우려됐다. 이날 남해 전역에는 풍랑주의보가 발동됐지만, 바람을 가르며 발생하는 풍절음이 의외로 크게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다. 고성능 엔진을 탑재했지만 정속주행에서는 기존모델보다 오히려 조용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기존 모델에는 생략됐던 밸런스 샤프트(관성력의 평형을 유지하고 진동을 줄여주는 부품)가 탑재된 탓이다.

연비도 개선됐다. 공인연비는 13km/ℓ, 실제로 측정한 연비도 11km/ℓ 이상을 기록했다. 2400cc급 엔진임에도 2000cc급 기존 모델(12.8km/l)보다 오히려 높아진 셈이다. 2500cc급 엔진을 탑재한 캠리의 공인연비(12km/ℓ)를 소폭 웃도는 수준이다.

◆캠리와는 '다른 차'

관심대상인 캠리와의 직접적인 비교는 어려웠다. 두 모델이 추구하는 바가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캠리가 가족을 위한 패밀리세단이라는 성향을 반영해 무난한 성능과 안락함, 보수적인 디자인을 채택했다면 전위적인 디자인의 쏘나타는 이번에 2.4l GDi 엔진을 탑재함으로써 한 층 더 역동적인 스포츠세단의 이미지를 추구했다. '좋고 나쁘다' 보다는 '다르다'는 표현이 적합한 이유다.

전체적으로 쏘나타 F24는 지금껏 국산차 중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강력한 역동성을 구현한 차라는 게 이날 시승행사 참가자들의 중론이다. 역대 쏘나타에 2400cc급 엔진을 탑재한 게 처음은 아니지만,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 개발된 GDi 방식의 엔진을 탑재함으로써 한층 진일보한 국산차의 기술력을 보여준다는 의미가 있다.

다만 아쉬운 부분은 기존 구매자들이 느낄 수 있는 박탈감이다. 기존모델에 비해 크게 향상된 성능 탓이다. 지난해 9월 기존모델이 출시된 지 4개월여만에 새로 등장한 쏘나타 F24는 가격은 올랐을지언정 차별화 된 성능으로 기존 구매자들에게 적잖은 아쉬움을 줄 듯하다.

[시승기] '질주본색' 쏘나타 F24 GDi, 캠리와는 '다른 차'
▲GDi 엔진은…

미리 공기를 충전해 놓은 실린더 안에 가솔린을 직접 분사해 흡기 효율을 높이고, 실린더 내 연료증발을 통해 연소실온도를 낮춰 성능과 연비를 개선하는 새로운 개념의 가솔린 엔진이다. GDi 엔진의 장점으로는 7~12%의 성능향상, 약 10%의 연비개선, 빠른 촉매 활성화를 통한 배출가스 감소 등이 있다. 향후 현대기아차의 중형급 차종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에 활용될 전망이다.

제주=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