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의 아이폰 사용자는 각종 프로그램을 내려받거나 인터넷을 서핑할 때 통화료가 들지 않는 공짜 무선랜(Wi-Fi)을 이용한다. 이동시 급하게 인터넷이 필요할 때는 언제 어디서나 터지는 3세대(G) 이동통신에 접속한다. SK텔레콤의 스마트폰인 옴니아2 사용자들의 이용패턴도 비슷하다. 3G와 무선랜을 통해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다.

휴대폰에서 자유롭게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 시대가 열렸지만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로 주목받았던 와이브로(wibro)의 입지는 좀처럼 넓혀지지 않고 있다. 최근 국내 시장에 공급된 10여종의 스마트폰 단말기 중에서 와이브로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은 KT의 쇼 옴니아 1개에 불과하다.

도입 당시만 해도 3세대 이동통신(WCDMA)을 대체할 서비스로 주목받던 와이브로가 정작 밖에서도 인터넷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스마트폰 시대에도 외면받는 이유는 모호한 입지 때문이다.

전국 어디서나 접속 가능한 3G에 비해 와이브로는 수도권으로 서비스 지역이 제한돼 있다. 무료 서비스라 찾는 사람도 많고 개발 비용도 적게 드는 무선랜에 비해 수요처가 많지 않고 개발 과정도 복잡하다. 이 때문에 올해 출시될 30여종의 스마트폰 모두 3G와 무선랜을 기본 탑재하기로 했을 뿐 와이브로는 채택하지 않기로 했다.

SK텔레콤은 올 하반기부터 대형마트,커피전문점을 중심으로 와이브로망의 신호를 무선랜으로 바꿔 서비스하기로 했다. 수천억원을 들여 구축한 네트워크를 그냥 놀리느니 수요가 많은 무선랜으로라도 서비스하겠다는 고육책이다. KT도 쇼옴니아 가입자에게 와이브로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 중이다. 3G와 무선랜 사이에 끼여 이렇다 할 수익모델을 찾지 못하는 와이브로의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그렇다고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KT는 지난해 하드웨어(넷북)와 서비스(와이브로)를 묶어 휴대폰처럼 저렴하게 공급하는 상품을 개발,지지부진하던 와이브로 가입자를 소폭이라도 증가세로 반전시켰다. 대세를 바꿀 새 수익모델 발굴이 시급하다.

권병욱 방송통신위원회 와이브로팀장은 "일시적으로 무선랜 수요가 늘고 있지만 모바일 인터넷 시장이 본격 확대되면 서비스에 제약이 많은 무선랜보다 와이브로의 입지가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며 "통신업체들도 공짜로 제공하는 무선랜보다 수익모델을 찾을 수 있는 와이브로에서 대안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