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동서 관리까지 '스마트폰'을 만나다
'사무실에서 스마트폰으로 자동차 상태를 살펴보고 시동을 건다. 버튼만 누르면 적당한 장소를 찾아 알아서 일렬주차를 해준다. 손을 대지 않고 말로만 오디오시스템이나 내비게이션을 조작할 수 있다. '

11일(현지시간) 개막된 '2010 북미국제오토쇼(일명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선보인 첨단자동차기술이다. 복잡해지는 자동차를 단순하게 조작하도록 만든 게 특징이다. 이런 식이라면 공상의 세계로만 여겨져 온 '말로만 운전하는 시대'가 멀지 않았다는 기대를 하게 만든다. 북미국제오토쇼는 전기차 등 친환경차의 경연장이지만,그에 못지않게 첨단기술 경쟁도 한창이다.

◆스마트폰으로 작동하는 GM '온스타'

'27층에서 근무하는데 지하주차장에 있는 전기차의 배터리가 얼마나 남았는지 궁금하다면?''날씨가 추워 10분 전에 미리 시동을 걸어놓고 싶다면?' 답은 '스마트폰으로 조작하면 된다'다. GM은 오토쇼에서 올 하반기 본격 시판할 전기차인 '시보레 볼트'를 스마트폰으로 조작할 수 있는 전자통신시스템인 '스마트폰 온스타(OnStar)'를 선보였다. 아이폰이나 블랙베리 등 스마트폰만 있으면 어디에 있더라도 볼트에 접속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이다.

이를 이용하면 자동차의 배터리 잔량이나 배터리를 충전해야 할 시간,주행가능한 거리 등을 확인할 수 있다. 필요하다면 문을 열고 닫으며 시동을 걸 수도 있다. GM은 자동차의 상태를 콜센터에서 체크해 응급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온스타'를 실시하고 있다. 이번에 선보인 스마트폰 온스타는 운전자가 먼 거리에서 직접 자동차를 제어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지난해 전기자동차인 '리프'를 선보인 닛산도 비슷한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닛산은 이번 오토쇼에 리프를 전시했지만 구체적인 기술은 밝히지 않았다. GM관계자는 "자동차와 스마트폰이 결합한 첫 사례"라고 말했다.
전기차 시동서 관리까지 '스마트폰'을 만나다
◆알아서 주차해주는 포드 'APA'

자동차를 다루면서 가장 힘든 것 중 하나가 일렬주차다. 차가 들어갈 것 같아 덤벼보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다. 이제 그런 걱정은 붙들어매도 될 것 같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되기 때문이다. 포드는 이번 오토쇼에서 자동일렬주차시스템인 'APA(Active Park Assist)'를 선보였다.

이 시스템은 세 단계로 작동된다. 운전자가 APA버튼을 누르면 자동차에 설치된 센서가 작동해 일렬주차 공간을 찾아준다. 스스로 일렬주차가 가능한 공간을 찾았다고 판단되면 소리와 비디오를 통해 일렬주차를 시도하겠다고 알려준다. 이때 운전자는 운전대에서 손을 떼도 된다. 자동차가 알아서 각도를 맞춰 일렬주차를 해준다. 다만 브레이크를 누르는 것 등은 운전자 몫이다.

포드는 이 시스템을 올 여름에 내놓을 크로스오버 차량인 링컨MKT와 승용차인 링컨 MKS에 처음 장착할 예정이다.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면 머큐리 포드 등 모든 모델에 확대해 2012년까지 포드차의 90%에 이 장치를 탑재할 계획이다.

◆말로 조작하는 기아차 'UVO'

갈수록 자동차에 버튼이 많이 생긴다. 운전 중 원하는 CD의 노래를 틀려고 해도 쉬운 게 아니다. 앞으론 달라진다. 말 한마디면 원하는 노래를 듣고 내비게이션을 작동할 수 있다. 기아차는 오토쇼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와 공동 개발한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UVO가 장착된 쏘렌토R(하반기 북미시장 출시 예정)를 선보였다.

UVO는 '유어 보이스(your voice)'의 약자.목소리만으로 조작할 수 있다는 의미다. 라디오 주파수,CD 음악,내비게이션 등 오디오 및 미디어 기능을 음성으로 제어할 수 있다. 운전자가 '트랙 2'라고 외치면 원하는 곡이 곧바로 나오는 식이다. 목적지 설정과 변경도 목소리만으로 해결할 수 있다. 고급 자동차에 탑재돼 있는 음성인식 제어시스템보다 훨씬 다양한 명령어를 처리할 수 있다. 별도의 선 없이 휴대폰,아이팟 등 모바일 기기를 차량에 연결할 수도 있다.

기아차는 시속 290㎞에서도 수신이 가능한 지상파 디지털 모바일 TV,에어백이 터지면 운전자 휴대폰에 신호를 보내 자동으로 응급 서비스에 연결하는 텔레매틱스 등 다양한 신기술도 선보였다.

디트로이트=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