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와 라면."

이들은 요즈음 여당과 야당이 선점경쟁을 벌일 정도로 집착하는 '서민'이란 단어에 가장 잘 어울리는 술과 식품입니다.

그런데 이 두 가지를 최근 롯데그룹의 비즈니스 행보에 대입시키면 흥미로운 점이 발견됩니다.

롯데가 서민들과 밀접한 이 제품들의 시장에 최근 잇따라 뛰어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롯데의 서민형 비즈니스 전개'라고 말할 수 있을라나요.

내용을 살펴볼까요.

롯데주류는 2년 전쯤인 2008년 3월 두산그룹으로부터 '처음처럼' 브랜드의 소주사업을 사들였지요.

처음처럼 인수 후 시장의 절대강자로 통하던 '참이슬'의 진로를 맹추격하며 선전하고 있다는 관련업계의 평가입니다.

롯데가 시장점유율을 상당 수준 끌어올렸다고 하지요.



롯데가 '소주'를 마시다 보니 이에 어울리는 '안주'가 고팠나요. 최근 라면 비지니스를 시작한다고 한 까닭입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이달 중순께 '롯데라면'이라는 이름의 PB(자체상표)상품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합니다.

롯데마트가 내놓는 '롯데라면'은 37년 전에 쓰던 이름이 부활되는 것이고요.

라면자체는 한국야쿠르트로부터 소싱 받는다는 하지요.

글로 쓰고 보니 매우 단순한 모양새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롯데가 부활키로 한 '롯데라면'의 이면을 들여다 보면 꽤 재미있는 요소가 감춰져 있다는 느낌이 들게 합니다. 얽키고 설킨 그림이 있다는 얘깁니다.

'롯데라면'은 국내 라면업체인 농심, 삼양식품, 한국야쿠르트, 오뚜기 등 4개사 가운데 오뚜기를 제외하고 모두 '관련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먼저 한국야쿠르트는 롯데마트에 라면 제품을 공급하는 업체 이지요.

다음은 농심인데요.

알려지다시피 '신라면'을 대표주자로 한 농심은 롯데그룹 창업자인 신격호 회장의 동생인 신춘호 회장이 설립했습니다.

신춘호 회장은 현재 롯데그룹의 모회사격인 롯데제과보다 설립이 빠른 1965년에 '롯데공업'이라는 회사를 만들어 1973년까지 '롯데라면'을 내놨다고 합니다.

많은 이들이 롯데공업이 롯데 계열사였다가 계열 분리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신춘호 회장이 애초부터 설립한 회사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롯데공업은 '농심'이란 이름의 라면을 내놓으면서 '롯데라면'이란 이름을 더 이상 쓰지 않게 됩니다.

회사명을 아예 농심으로 바꿔 버렸으니까요.

당시 '롯데라면'의 브랜드 사용권은 롯데그룹으로 귀속됐다고 합니다.

이번에 롯데마트가 '롯데라면'이라는 이름으로 제품을 내놓을 수 있는 배경인 거지요.

혹 기억할 지 모르겠지만 롯데공업은 그 때 TV에 '농심라면'을 광고하면서 "의좋은 형제-형님 먼저 아우 먼저"란 카피를 썼는데 이 게 공전의 히트를 했지요.

하지만 오랜 세월이 흐른 뒤 롯데가 라면 비지니스를 전개함으로써 농심과 롯데는 '의좋은 형제'에서 '갈라진 형제'가 된 듯이 보입니다.

롯데마트는 농심의 대표라면인 '신라면'보다 10% 싼 가격에 제품을 팔 계획이라고 합니다. 농심과 롯데의 치열한 시장 점유 경쟁이 예고되는 대목이지요.

세 번째로 삼양식품과 롯데라면의 관계인데요.

롯데마트가 실제 라면의 PB 사업을 시작한 건 '롯데라면'이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한 1년 정도 된다고 하지요.

삼양라면으로부터 제품을 공급받아 '와이즐렉 이맛이라면' 이름으로 라면을 팔았다는 것입니다. 혹시 이 제품을 드신 분들도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잠실에 초고층빌딩 건설을 추진 중인 롯데그룹의 서민형 비즈니스의 결과는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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