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우연히 아기와 관련된 기사를 봤다. 영국 맨체스터에 살고 있는 32세의 매들린 롭은 미국 플로리다 탬파에 거주하고 있는 동갑내기 '채팅 친구' 로완 매기와 인터넷 채팅을 즐겨했다. 롭은 매기가 인터넷을 통해 보내 온 사진 한 장을 받았다. 롭은 아기의 눈동자를 보고 정상이 아니라는 생각에 의사에게 진단을 권유했다. 매기는 딸을 병원에 데려갔고,검진 후 망막종양인 '망막아세포종'이란 충격적인 결과를 확인했다. 하지만 조기발견으로 아이의 생명은 구할 수 있게 됐다. 인터넷이 귀중한 아이의 생명을 구한 것이다.

인터넷은 어느새 디지털 시대의 상징이 됐다. 그리고 네트워크 세상의 찬란한 미래를 빛의 속도로 보여주고 있다. 네트워크로 연결된 인터넷 세상에서 그물의 코하나,줄의 한올한올은 정교하게 얽혀 있다. 그 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관계를 맺고 살아가고 있다. 또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우리시대의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정보력을 묶어낼 수 있는가 하는 것은 우리시대 능력의 척도가 되기도 한다. 인터넷 시대의 사회적 인지도는 사이버 공간에서 그 사람에 대한 정보가 얼마나 '열리느냐,열리지 않느냐' '검색 엔진에 내용이 얼마나 나오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이처럼 인터넷은 더 이상 가상 세계가 아니고,현실세계를 반영한다. 인터넷을 통해 프레젠테이션을 하고,회의를 하기도 하고,쇼핑을 하기도 하고,결제를 하기도 한다. 사람을 만나고,정보를 얻고,아이디어를 정리하기도 한다. 현실과 다를 바 없다.

인터넷은 마치 '진화론'처럼 우리에게 '호모 디지털'이란 신인류를 탄생시켰다. 신인류들은 대부분 디지털 보조장치를 포함한 디지털 기기를 휴대하고 있다. 휴대전화나 PDA,디지털 카메라,MP3 등을 들고 다니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웹 검색,뉴스 검색,게임,영화음악 감상,문자나 영상 보내기에 열중한다. 원하는 기기를 통해 원하는 정보를 자유롭게 활용하고 정보를 생산하는 동시에 소비하기도 한다.

최근 유럽연합(EU)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래 인터넷은 기존 네트워크 간의 개념을 초월해 다양한 기기와 인간을 자동적으로 상시 연결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첨단기술은 인간의 능력을 어디까지 끌어올릴지 기대가 된다. 이제 인간이 자동차,냉장고,사무용 기기 등 인터페이스가 구축된 모든 전자기기들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날이 그리 멀지 않았다.

찢겨질 달력은 '마지막 잎새'처럼 쓸쓸해 보이지만,그것은 끝이 아닌 미래,이 시대의 키워드 '인터넷 시대'의 또 다른 시작이다. 인터넷 낙원과 더 나은 인류 진화를 위한….

김희정 한국인터넷진흥원장 khjkorea@kis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