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당 대표들이 연말 정국에서 나란히 시련을 맞고 있다.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는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만나는 3자회담 제의가 청와대와 당내 친이계의 반발로 사실상 없던 일이 되면서 당내 역풍을 맞고 있다. 조기 전대론이 다시 나오고 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도 비주류뿐 아니라 중진의원들로부터 '소통부재'와 일방적 당 운영에 대한 비판을 듣고 있는 처지다.

◆3자 회동 후폭풍 정몽준 대표

한나라당 서울시당 위원장인 3선의 권영세 의원은 22일 한 라디오에 출연,"당 대표를 포함해 지도부 전체가 내년 초까지 제대로 역할을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조기 전대도 얼마든지 검토해볼 수 있다"며 지도체제 개편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3자회담 무산 후유증이 조기 전대론으로 이어진 것이다. 권 의원은 "아직 예산문제가 처리되지 않았고,세종시 문제 등 난제가 산적해 있지만 현 지도부는 아쉬운 부분이 많다"면서 "이 문제를 지도부가 잘 풀어나간다면 굳이 조기전대가 필요없겠지만 기대 수준에 맞지 않다면 지도부 교체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소장파 리더격인 4선의 남경필 의원도 "대표의 지도력을 확립시키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특히 내년에는 지방선거가 있기 때문에 지금의 이런 리더십 가지고는 참 어렵지 않나라는 생각에서 (해결) 방법을 당 안에서 논의해야 될 것"이라며 조기 전대 필요성을 시사했다.

당내에서 '정몽준호'의 연착륙에 비교적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 온 초선의원들도 정 대표의 이번 제의가 시기상 부적절했다는 비판적 의견을 표출하고 있다.

◆샌드위치 된 정세균 대표

정 대표체제에 대한 민주당 내 불만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중진의원들조차 "대표와 대화가 안 된다"며 강경 일변도 정책과 인사권 독점을 비판한다. 중진의원이 주축인 시니어모임의 한 의원은 "특정 당권파에 휩싸인 의사결정으로 당내 온건합리파 의원들의 목소리는 전혀 반영이 안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위원회 하나 제대로 만들려고 해도 인사를 할 수 없다. 민주당이 정세균당이냐"며 인사권 독점에 대한 불만을 터뜨렸다. 박주선 최고위원은 지난 21일 3자회동을 요구하는 정 대표를 겨냥,"3자 회동하자고 애걸복걸하는 모습이 매우 추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당내 이런 불만들은 한 전 총리의 검찰수사과정에 정 대표의 이름이 흘러나오면서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이날 국민모임이 '민주당 이대로 좋은가'토론회를 통해 정 대표체제를 비판하려던 일정을 연기한 것도 이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재선의원은 "예산을 두고 여야가 치열하게 각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검찰수사까지 겹쳐 당내 비판이 여의치 않는 상황이지만 이후에는 정 대표에 대한 공세가 조기 전대론과 정동영 의원의 복당추진과 맞물려 커다란 소용돌이를 몰고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형호/구동회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