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이 KB금융지주의 사외이사를 직접 추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KB금융지주는 최근 강정원 국민은행장의 회장 내정 과정에서 사외이사들만으로 회장 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사외이사들의 집단 권력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16일 국민연금공단 등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내년 3월에 임기가 끝나는 KB금융지주 사외이사인 변보경 코오롱아이넷 대표와 자크 캠프 ING보험 아태지역 사장 후임으로 2명의 사외이사를 새로 추천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투자 기업의 사외이사를 직접 추천한 적은 없다. 국민연금은 KB금융지주 지분 5.49%(9월2일 기준)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기 때문에 추천 인사들은 큰 이변이 없는 한 사외이사에 선임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파견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금융계는 국민연금의 사외이사 추천에 최근 회장 공모 과정에서 문제점이 드러난 사외이사 운영 시스템을 개선하겠다는 정부 의지가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적 연금인 국민연금을 통해 사외이사를 파견하고 감시와 견제를 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얘기다.

국민연금이 다른 투자 기업에도 사외이사를 적극 추천할지는 미지수다.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가진 국내 상장사가 140여개에 달해 주주권을 적극 발동할 경우 과도한 경영 간섭 논란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KB금융지주의 사외이사 추천은 예외적인 경우"라며 다른 기업에는 보수적인 입장을 계속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KB금융지주 사외이사 추천에 앞서 다음 달 7일 열리는 임시주총 안건인 강 행장의 회장 선임에 대해서는 찬성한다는 입장이다. 강 행장의 경우 기업가치 훼손 등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지침에 걸리는 항목을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아직 최종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반대'할 근거를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서욱진/강동균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