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작년보다 경기력 측면에서 한층 성숙해졌어요. 내년에는 미LPGA투어 메이저대회 우승이 목표예요. "

지난 12일 끝난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 마지막 대회인 '두바이 레이디스 마스터스' 우승으로 유종의 미를 거둔 김인경(21 · 하나금융)이 내년 시즌 메이저대회 우승이라는 당찬 각오를 밝혔다. 김인경은 올 시즌 미LPGA투어 스테이트팜클래식에서 우승컵을 거머쥐었으며,시즌 상금 랭킹(8위)도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악바리' 김인경은 키가 160㎝가 되지 않은 작은 체구에 드라이브샷 거리도 짧은 편이지만 이번 대회에서도 승부 근성을 여실히 보여줬다.

김인경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에미레이츠 골프장(파72)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라운드에서 4언더파 68타를 적어냈다. 최종 합계 18언더파 270타로 우승 상금 7만5000유로(1억2800만원)의 주인공이 됐다.

게다가 타이틀 스폰서인 오메가가 주는 3000만원 상당의 명품 시계를 부상으로 받았다. 미셸 위(20 · 나이키골프)도 막판 우승 경쟁을 불사르며 단독 2위로 경기를 마쳐 내년 시즌 전망을 밝게 했다.

전날 6타차 선두로 3라운드를 마친 김인경의 우승은 따 놓은 당상처럼 보였다. 하지만 첫 홀에서 3퍼트로 보기를 적어내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반면 미셸 위는 13번홀까지 버디 6개를 잡아 선두 김인경을 2타차까지 추격했다. 15번홀(파3)에서 김인경이 버디를 잡으며 달아났으나 미셸 위가 17번홀(파4)에서 한 타를 줄이며 다시 2타차로 따라붙었다.

결국 승부는 18번홀(파5)에서 갈렸다. 미셸 위가 마지막 역전 우승을 노리고 날린 두 번째 샷이 그린 앞 연못에 빠져 김인경을 압박할 기회를 날려버렸다.

미셸 위는 그러나 마지막 홀에서 파로 막으며 이날 보기 없이 7언더파 65타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김인경은 마지막 홀에서 차분하게 3m가 넘는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내년 시즌 LET투어 풀시드권을 확보했다.

김인경은 "미셸이 아주 인상적인 경기를 펼쳤다"면서도 "끝까지 흔들림 없이 나만의 경기를 펼친 게 우승 요인"이라고 말했다. 김인경은 오는 16일 귀국 후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내년 1월 미국 샌디에이고로 건너가 체력훈련에 중점을 두고 거리를 늘려 메이저대회 우승을 담금질할 계획이다.

지난달 미LPGA 투어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에서 첫 승을 거둔 미셸 위는 이번 대회에서 마지막까지 갤러리를 몰고 다니며 내년 시즌 투어에서 맹활약할 것임을 예고했다. 미셸 위는 "18번홀 두 번째 샷이 아쉬웠지만 최선을 다했다"며 경기 소감을 밝혔다.

양희영(20)이 9언더파 279타로 공동 9위에 이름을 올렸고,크리스티나 김(25)은 공동 17위(4언더파 284타)로 경기를 마쳤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