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는 11일 이사회에서 제3자 배정방식의 유상증자를 통해 하나카드 지분 49%를 SK텔레콤에 넘기기로 의결했다. 현재 발행주식 수가 6000만주인 하나카드는 5760만주를 증자해 SK텔레콤에 전량 넘겨주기로 했다. SK텔레콤의 지분 인수 금액은 4000억원대 초반으로 주당 7000원 안팎이다. SK텔레콤은 오는 14일 이사회를 열고 하나카드 출자를 의결할 예정이다.

하나금융과 SK텔레콤의 이 같은 자본제휴 협상이 타결됨에 따라 앞으로 금융업과 통신업의 짝짓기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금융회사들은 통신사와의 제휴를 통해 휴대폰 가입자들을 잠재 고객으로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통신사들은 금융 관련 서비스를 추가함으로써 통신의 경쟁력을 더욱 높인다는 계획이다.

휴대폰에 신용카드 기능을 추가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어려움이 없다. 통신요금 할인 등의 제휴 상품 개발도 쉽다. 모바일 결제 시장도 최근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중 휴대폰 PDA 등을 활용한 결제 건수는 11만5000건으로 전기 대비 28.0% 증가했다. 결제 금액도 1110억원으로 30.9%나 늘어났다.

SK텔레콤이 하나카드와의 제휴를 성사시킴에 따라 KT의 비씨카드 지분 인수 작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KT는 비씨카드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 우리은행 신한카드 농협 등과 물밑 접촉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T 관계자는 "비씨카드 지분 인수에 성공할 경우 KT의 통신 관련 하드웨어와 비씨카드의 가맹점 네트워크를 결합한 새로운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씨카드의 지분 30.68%를 이미 확보한 보고펀드가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지분 추가 인수를 시도하고 있어 KT의 비씨카드 인수 작업은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민은행 신한카드 비씨카드 농협중앙회가 지난해 'T커머스 지불 결제 컨소시엄'을 구성해 IC카드를 이용한 T커머스(인터넷TV를 이용한 전자상거래)서비스를 공동 개발키로 한 것도 주목할 만한 변화다.

현재 은행의 모바일뱅킹은 스마트폰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진화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모바일뱅킹은 잔액을 조회하거나 계좌이체를 하는 정도에 그쳤다. 그러나 스마트폰은 컴퓨터와 비슷한 인터넷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에 금융상품 검색과 가입 등 폭넓은 모바일뱅킹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은행 중에서는 하나은행과 기업은행이 '아이폰'을 기반으로 한 모바일뱅킹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나은행은 아이폰을 이용한 모바일뱅킹 서비스를 개발해 현재 베타서비스를 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아이폰 외에 T옴니아 등 다른 기종의 스마트폰을 위한 서비스도 개발 중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아지면 모바일뱅킹이 지금의 인터넷뱅킹만큼 일반화될 것"이라며 "시장 선점 효과를 얻기 위해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 개발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오는 28일부터 아이폰 전용 모바일뱅킹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