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리서치센터는 증시의 '싱크탱크'다. 경제성장률 금리 환율 같은 지표를 분석해 향후 경기를 전망하고 살 종목과 팔 종목을 선별해 투자자들에게 추천하는 핵심 업무들이 모두 리서치센터의 구심점인 이들을 거쳐 이뤄진다. 주요 정치 · 사회 현안에 대한 증시 반응도 이들의 말 한마디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이들의 평가가 곧 시장의 평가인 셈이다. 리서치센터장들은 대부분 오랫동안 주요 업종과 기업을 분석했던 스타 애널리스트 출신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반도체를 포함한 정보기술(IT) 자동차 화학 등의 간판 블루칩 애널리스트 경력이 센터장으로 가는 '엘리트 코스'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외국인들의 '바이 코리아'로 대형 우량주들이 증시를 주도하면서 이들 블루칩을 꿰뚫고 있어야 리서치센터를 장악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애널리스트 출신 전성시대

한국경제신문이 국내 35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의 경력을 조사한 결과 66%인 23명이 기업분석가인 애널리스트 출신이었다. 시황을 진단하고 전망하는 '전략분석가(스트래지스트)'와 '거시경제 전문가(이코노미스트)' 등 투자전략가 출신은 13명에 그쳤다. 과거 투자전략가들이 애널리스트들을 휘하에 두고 리서치센터를 책임졌던 것에서 완전히 역전된 모습이다.

특히 IT와 자동차 부문에서 활약한 스타 애널리스트 출신들의 부상이 두드러진다. 이들은 애널리스트 출신 센터장의 절반에 가까운 11명이나 된다. 블루칩들이 증시를 주도하면서 이들의 '몸값'도 급등하고 있는 셈이다.

반도체와 통신을 포함한 IT 분야 애널리스트 출신 센터장은 박종현(우리투자) 구희진(대신) 서용원(현대) 김승익(교보) 박병문(이트레이드) 임홍빈(솔로몬) 우영무(푸르덴셜투자) 성낙현(한맥) 등 8명에 달한다. 김학주(삼성) 안수웅(LIG투자) 조용준 센터장(신영)은 자동차 애널리스트를 지냈다.

또 이재광(한국투자) 황상연(미래에셋) 백관종(동부) 신승용 센터장(애플투자)은 화학부문, 조병문(유진투자) 김철범 센터장(KB투자)은 금융부문 출신이다. 이 밖에 이종승 NH투자증권 센터장은 조선 · 기계,양기인 대우증권 센터장은 철강업종에서 오랫동안 애널리스트로 활약한 베테랑들이다.

한편 투자전략가 출신으로는 김영익 하나대투증권 센터장(부사장)이 대표적이다. 이종우(HMC투자) 서명석(동양) 정영훈(한화) 윤세욱(메리츠) 조익재 센터장(하이투자) 등도 여기에 속한다.

◆서강대 출신 강세

출신 대학은 연세대가 8명으로 가장 많지만 서강대 출신도 7명으로 학생 수에 비해 많은 편이어서 주목된다. 실용을 중시하고 학구열이 높은 학풍과 연관이 있다는 평가다.

박병문 · 안수웅 · 김승현 센터장(토러스)이 서강대 경제학과 출신이며,서명석 · 김학주 · 우영무 센터장은 경영학과 동문이다. 신승용 센터장은 화학공학과를 나왔다. 김영익 센터장은 학부는 전남대(경제학과)를 나왔지만,서강대에서 석 · 박사 과정을 마쳤다. 오랫동안 대우증권 센터장으로 활약하다 홀세일사업총괄 본부장으로 이동한 홍성국 상무도 정외과 출신이다.

한편 조병문 · 이종승 · 이종우 센터장 등은 연세대 출신이다. 서울대 출신은 이재광 · 서용원 · 박종현 · 황상연 · 임홍빈 등 5명,고려대 출신은 조용준 · 조익재 등 4명이다. 윤세욱(조지타운대) · 김철범 센터장(뉴욕대)은 미국에서 대학을 나왔다.

◆센터장은 '멀티 플레이어'

리서치센터 인력은 업종 · 기업을 분석하는 애널리스트와 거시경제 전망,시황 분석 등을 맡는 투자전략가로 크게 나뉜다.

이종우 센터장은 "투자전략가는 성장률 고용 소비 등 거시경제 지표를 바탕으로 증시의 큰 흐름을 읽고 개별 종목의 투자 시기를 판단하는 하향식 톱 다운(top-down) 방식의 분석 능력이 탁월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애널리스트들은 기업의 내재가치를 기본으로 시장 상황을 상향식으로 분석하는 보텀 업(bottom-up) 방식에 강하다고 평가했다.

센터장들은 투자전략가의 시황 판단과 애널리스트가 제시하는 기업 실적 등을 종합해 자신이 소속한 증권사가 시장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공식적인 입장을 확정해 발표한다. 따라서 투자전략가나 애널리스트의 잘못으로 보고서 예측이 틀렸을 때 전적으로 책임을 진다.

또 기관투자가를 상대하는 법인영업본부에 시장 전망과 유망 종목 자료를 제공하며 측면 지원하는 것도 센터장의 중요한 임무다.

이 때문에 주요 대형사의 센터장들은 스타급 애널리스트들보다 두 배 정도의 연봉을 받기도 한다. 한경비즈니스 등 주요 언론사 평가에서 최상위권에 드는 스타급 애널리스트들의 연봉은 3억~4억원대인데,일부 유력 센터장들은 7억~8억원 정도까지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