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1,016,019 등 01X 번호 사용자들이 기존 번호 그대로 아이폰,쇼옴니아 같은 3세대(G)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가능성이 커졌다. 010으로 전화번호 앞자리가 바뀌는 것을 꺼려 3G 휴대폰 장만을 미뤄왔던 소비자들에겐 희소식이다.

KT는 3G 휴대폰 구매자가 010이 아닌 01X 기존 번호 그대로 전화를 걸고 받을 수 있는 '010 번호변경 표시 서비스'를 도입하겠다는 방안을 마련,방송통신위원회에 허가를 요청했다. 이 서비스는 방통위의 허가절차가 끝나는 대로 즉시 시행될 예정이다.

지금까지 3G 휴대폰을 구입한 사람은 누구나 010으로 시작하는 새 번호로 바꿔야 했다. 정부가 번호자원 부족 등을 해결하기 위해 2004년 1월부터 010으로 통합하는 정책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KT가 허가를 요청한 새 서비스는 010 번호를 받은 후에도 전화를 걸고 받을 때 기존 번호로 표시,번호 변경 부담을 줄인 게 특징이다. 예컨대 지금까지 01X 사용자가 아이폰으로 바꾼 후 전화를 걸면 상대방 휴대폰에 010 번호로 표시됐지만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기존 번호인 01X로 표시된다. 010으로 번호가 변경된 후에도 전화 교환기에서 발신자 번호를 기존 번호로 바꿔주는 절차를 거치도록 해놓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전화를 거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 번호가 바뀐 것을 모른 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KT가 이 같은 서비스를 개발한 것은 네트워크 중복 투자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KT는 2011년 6월까지 2세대 서비스를 종료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하루 빨리 기존 2G 가입자를 3G로 전환해야 한다. 10월 말 기준 KT 가입자의 12%에 해당하는 176만명이 01X 번호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경쟁사들이 KT의 서비스가 휴대폰 식별 번호를 010 하나로 통합키로 한 정부 정책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이유로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어 향후 방통위가 최종적으로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미지수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이 서비스를 허용하면 사실상 01X 번호 사용자가 줄지 않아 번호 통합 정책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며 "2004년부터 추진해온 정부 정책 일관성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LG텔레콤 관계자도 "이제 와서 이 같은 편법 서비스를 허가하면 번호를 바꾼 가입자들과의 형평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