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지구 멸망설을 배경으로 만든 영화 '2012'가 개봉 2주일 만에 관객 300만명을 돌파해 화제다. 전 세계 곳곳에서 지진,화산 폭발,거대한 해일 등 각종 자연재해들이 발생해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최후의 순간이 도래한다는 내용이다. 영화의 영향 때문인지 최근 인류 멸망설이 또다시 등장하고 있다. 이제는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퍼져 나가고 있다. 사회적인 문제가 될 수 있기에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지난달 9일 공식적으로 "2012년 멸망설은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는 낭설"이라고 발표했다. "인간의 불안감을 이용하려는 상술과 인터넷의 복제 · 전파 기능이 멸망설을 키우고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우리 사회의 분위기를 대충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다. 여러 가지 비관적인 시나리오나 루머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요즘 더욱 만연하고 있다. 특히 정보기술(IT)은 각종 루머를 순식간에 전 세계로 확산하는 데 이용되고 있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루머가 인터넷을 타고 급속히 퍼져 인포데믹스(infodemics)라는 신조어도 나왔다. 정보(information)와 전염병(epidemics)이라는 단어의 합성어로 '정보전염병'이란 뜻이다. 근거없는 정보가 인터넷과 휴대전화 등 정보기술을 통해 전파되면서 사회경제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현상이다.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킨 사건의 원인을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할 때 거대한 힘이 뒤에 있다고 여겨 퍼지기도 한다. 특히 사회적 위기 상황이나 인간의 한계 상황에서 많이 유포되곤 한다. 해당 대상과 관련점이나 유사점이 엿보일 때 여러 가지 가정과 비약이 섞여 그럴싸하게 포장되기도 한다. 포장된 내용은 상당한 설득력을 가지고 대중 속으로 파고들어간다. 그러나 결론은 상상력에 의존한 근거 없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삼인성시호(三人成市虎)라는 속담이 있다. 세 명이 시장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하면 곧이 믿는다는 뜻으로,거짓말이라도 여러 사람이 똑같이 말하면 믿게 된다는 말이다. 이것이 인간의 심리다. 거짓 정보일지라도 처음에는 부인을 하다 자꾸 접하거나 의식 속에 각인하다 보면 결국 믿게 된다는 것이다.

인포데믹스가 디지털 시대에 우리의 목표나 인류가 추구하는 방향이어서는 안 된다. 인포데믹스는 우리가 이룬 디지털 성과를 되돌아보게 하는 하나의 경고 메시지로 받아들여야 한다. 인류가 개발한 기술이 인간을 위해 올바로 쓰이고 있는지에 대한 점검 요소일 뿐이다. 우리가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사이버 공간이 잘못된 정보를 양산하고 확산하는 공간이 아닌,모두가 같은 꿈을 꾸고 희망을 나눌 수 있는 '꿈의 공간(Dream Space)'이 되기를 기대한다.

김희정 < 한국인터넷진흥원장 khjkorea@kisa.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