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 고덕지구에서 1만6000채에 달하는 대규모 재건축 사업이 본격화된다. 이미 재건축이 끝난 고덕주공 1단지(아이파크)를 제외하고 고덕시영,고덕주공 2~7단지 등 이 일대 노후 아파트단지마다 최근 몇 개월 새 정비계획 수립이 완료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단지별로 주민들이 조합을 설립해 재건축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고덕지구 내 단독주택 지역 3곳(고덕1,고덕2-1,고덕2-2)도 최근 서울시에 재건축 정비구역 지정을 신청해 서울시 심의를 기다리는 중이다. 현재 이들 3곳에서 계획된 세대수만도 4200여채에 달한다. 이들 단독주택 재건축 구역까지 합칠 경우 고덕지구에만 무려 2만여채에 달하는 아파트 숲이 형성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들 사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면서 작년 비슷한 시기 1만8000여채가 한꺼번에 입주해 전세대란을 겪었던 송파구 잠실지구와 마찬가지로 대규모 철거이주와 입주에 따른 전셋값 파동과 같은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시는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강동구 상일동 131 일대 8만3387㎡ 규모의 고덕주공 5단지를 기존 890채에서 1465채로 재건축하는 내용의 '고덕주공 5단지 정비구역 지정안'을 통과시켰다고 19일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총 93만4730㎡에 달하는 고덕 택지지구의 재건축 가이드라인이 수립된 지 1년여 만에 고덕시영,고덕주공 2~7단지에 대한 정비계획이 모두 확정됐다.

대부분 2종 일반주거지역인 이곳은 올 상반기 정부의 재건축 규제 완화의 가장 큰 수혜지로 꼽힌다. 대부분 단지에서 2종의 상한 용적률인 250%를 채웠다.

단지별 정비계획에 따르면 고덕시영은 기존 2500채에서 795채 늘어난 3295채가 지어진다. 고덕2단지도 2600채에서 4064채로 1464채 증가한다. 단지 규모가 가장 작은 4단지는 기존 410채에서 158채 늘었다. 나머지 단지들도 500~1000채 정도씩 세대수가 커진다.

아울러 고덕지구 내 단독주택 지역 3곳(고덕1,고덕2-1,고덕2-2)도 최근 서울시에 재건축 정비구역 지정을 신청했다. 현재 계획 세대수는 4260채로 내달 열릴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최종 확정된다. 구역별 세대수는 △고덕1 1869채 △고덕2-1 1064채 △고덕2-2 1327채 등이다.

워낙 대규모 재건축 단지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다 보니 이에 따른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다. 이미영 스피드뱅크 분양팀장은 "작년 잠실 재건축 단지에서만 1만8000여채가 한꺼번에 입주하면서 전셋값이 일시적으로 폭락했다가 1년 만에 회복하는 등 시장에 큰 파장을 몰고 왔다"며 "앞으로 고덕지구에서도 철거 땐 전셋값이 급등하고 입주 때는 전셋값이 폭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지난 9월 전세대책에서 발표한 것처럼 관리처분계획 인가 시기를 조절해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