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래버레이션(협력)을 통한 기술 혁신.'

올해 모바일 기술대상 수상작들의 공통점이다. 출품작 하나하나가 업종 간 기술 컨버전스(융 · 복합)를 통해 새롭고 혁신적인 면모를 보여줬다는 것이 심사위원들의 일치된 평가다. 김선용 모바일 기술대상 심사위원장(건국대 전자공학부 교수)은 "워낙 좋은 작품들이 많아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며 "대기업 못지않은 중소기업들의 약진도 돋보였다"고 말했다. 모바일 기술대상 시상식은 20일 오전 11시 서울 남대문로5가 밀레니엄힐튼호텔에서 열린다. 모바일 산업의 동향과 발전을 모색하는 '모바일 프런티어 컨퍼런스 2010'도 함께 진행된다.

◆여행지에서 건진 '대어'

LG전자 휴대폰 디자인연구소의 김영호 전문위원(44)은 5년 전 유리 공예로 유명한 이탈리아 무라노 섬을 찾았다.

"졸면 죽는다"는 속설이 나올 정도로 연구원들의 피를 말리는 디지털 격전장을 잠시 떠나 재충전하기 위한 여행이었다. 그리고 그 여행지에서 불현듯 '투명 키패드 휴대폰'이란 제품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하지만 막상 부딪혀 보니 개발과정이 결코 녹록지 않았다. 어떤 소재를 사용해야만 투명 키패드를 만들 수 있을지 도무지 예측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우주선이나 비행기에 쓰이는 최첨단 소재부터 페라리와 같은 스포츠카,최신 건축물 등에 쓰이는 다양한 소재들을 살펴보러 수년 동안 세계 곳곳에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였다. 결국 사람의 손톱에 긁히지 않고 2~3m 높이에서 떨어뜨려도 깨지지 않는 '강화유리'를 휴대폰 업계 최초로 키패드 제작에 활용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고,세계 최초의 투명 키패드폰인 'LG 크리스탈폰'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이번에 대통령상을 받는 제품이 바로 이 크리스탈폰이다.

정보기술(IT) 미디어인 미국의 시넷(Cnet)은 "지금까지 세계 최초라고 주장하는 제품들에 회의적이었지만,LG 투명폰(크리스탈폰)이야말로 세계 최초라는 칭호가 어울리는 휴대폰"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크리스탈폰의 투명 키패드는 '글라이드 센서'라는 특수 기술을 담아 인터넷을 이용할 때는 마우스를 대신하는 기능까지 갖췄다.

◆신소재의 '향연'

크리스탈폰은 상식을 뒤집은 '역발상'의 힘이 있었기에 빛을 볼 수 있었다. LG전자 관계자는 "그동안 시도하지 않은 새로운 소재와 디자인을 적용,이 같은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며 "지금까지 나온 휴대폰 가운데 가장 많은 신소재가 사용된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키패드 제작에는 강화유리뿐만 아니라 견고하면서도 탄성이 뛰어난 '리퀴드 메탈'(액체성 금속),3차원 곡면 가공이 가능한 '폴리카보네이트'와 같은 소재가 사용됐다. 폴리카보네이트는 젖병 등과 같은 유아용품에 사용되는 소재로,뜨거운 온도나 강한 충격에도 깨지지 않는 특성이 있다.

제품을 개발하는 데 우여곡절도 많았다. 키패드의 눈부심 현상을 없애기 위해 400㎏이 넘는 터치 필름을 일반 칼 하나로 얇게 분리하는 테스트를 2주 넘게 진행하기도 했다. 키패드의 투명한 느낌과 터치스크린 화면의 조화를 위해 120가지가 넘는 테스트도 했다. 이를 통해 본체의 색상이 점진적으로 옅어지는 '그라데이션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신비스러운 느낌을 살리기 위해 키패드 주변에 매우 세밀한 발광다이오드(LED)를 균일하게 박아 독특한 푸른 빛을 내는 데도 성공했다. 크리스탈폰에는 업계 최초로 '제스처 인식' 기능도 담겼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음악 재생' 기능을 'M 자'로 설정해 놓은 뒤 키패드 상에서 손가락으로 M자를 쓰면 곧 바로 음악이 재생된다. 손가락으로 원을 그려 음량 등을 조절하는 '터치 휠',사진이나 웹페이지 등을 두 손가락으로 확대 · 축소할 수 있는 '멀티 터치' 기능도 갖췄다.

회사 관계자는 "크리스탈폰은 반은 휴대폰,반은 예술 작품이란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며 "이번 대통령상 수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은 만큼 국내외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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