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와 채권자 등 재무정보를 이용하는 이해관계자들이 국제회계기준(이하 IFRS)이라는 '함정'에 빠져 비명을 지르고 있다. 2011년부터 도입되는 국제회계기준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재무제표 작성을 통해 재무보고의 신뢰성 및 투명성을 제고하고 비교가능성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상황은 알려진 것과는 많이 다르다. 재무제표의 계정과목이 축소되고 재무제표표시 및 공시항목의 다양화로 재무제표의 표준화가 어려운 상황이다. 재무정보의 생명인 비교 가능성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 것이다. 국제회계기준 무용론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IFRS 도입시 다시 생각해야 할 몇 가지 중요한 사항이 있다.

첫째,비교 가능한 충분한 정보가 공개돼야 한다. IFRS를 핑계로 정보를 축소 공개하거나 고의로 은폐해 이해관계자들의 의사결정이 불가능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2009년부터 IFRS를 조기 도입한 회사를 본 재무정보 이용자들은 과거 기간과의 비교가능성 및 다른 기업과의 비교가능성이 크게 방해받고 있다고 말한다. 중요한 의사결정지표인 영업이익의 경우 과거와 달리 영업이익에 영향을 주지 않던 영업외수익 및 영업외비용이 기타수익 및 기타 비용이라는 계정으로 이름을 바꿔 영업이익에 영향을 주고,중요한 주석사항도 누락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경제의 실질내용은 같은데도 계정과목 이름이 다양하게 표시되고 있다. K-IFRS를 조기 도입한 3개사는 주석에 표시돼야 할 매출채권이 아예 없다. 주석에 내용이 표시되지 않은 기업의 경우 이해관계자들의 의사결정이 불가능하다. 이용자 입장에서 보면 비교가능한 충분한 정보제공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용자들이 이해 못하고,기업이나 공인회계사만 알 수 있는 형식적인 주석은 재무정보가 아니다.

둘째,재무정보 공개에 깊이 관련돼 있는 기업이나 공인회계사들의 책임있는 행동이 요구된다. 재무정보 공시에 자율성이 인정됐다 하더라도 기업은 핵심적인 재무정보를 누락해서 이해관계자들의 의사결정을 방해해서는 안된다. 정보는 충분히 공개돼야 하고 은폐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재무정보는 이용자 입장에서 공개 여부가 결정돼야 한다. 이용자들의 추가적인 자료요구로 업무 복잡성이 크게 증가할 뿐만 아니라 투명성 문제나 기업가치 평가에서 혹독한 대가를 치를 것이다.

셋째,재무정보 신뢰성에 대한 감시장치가 강화돼야 한다. 재무정보 이용자들은 주석표시의 누락 등 분식회계가 늘어날 것을 걱정하고 있다. 분식회계에 대한 감리가 정교해질 필요가 있다. 재무정보이용자인 금융회사 등으로 하여금 분식의심 기업을 고발케 하는 제도 도입도 하나의 방법이다.

넷째,재무정보 이용자들도 목소리를 키워야 한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IFRS에서도 이용자들은 뒷전이고 학계,감독기관,공인회계사와 기업들이 주도적 역할을 해왔다. 재무정보 이용자들도 비교가능하고 충분한 정보가 공시되도록 하는데 적극 개입해야 한다. 누구를 위한 재무정보인가. IFRS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에서 경제단체 및 공인회계사회 등과 함께 바람직한 재무정보 공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데 주도적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다. 재무정보 이용자들은 의사결정이 가능하도록 재무정보를 재구성해 사용한다는 생각도 해야 한다. 공시된 내용대로 사용하면 많은 재무정보의 변화가 기업실상을 제대로 나타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재무정보는 투자자나 채권자들의 의사결정에 실제로 도움이 돼야 한다. 재무분석 전문가들조차도 필요한 정보를 추출할 수 없다고 하면 안된다. 재무정보 이용자 입장에서 IFRS 도입에 대한 보완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정조 <리스크컨설팅코리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