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블루모션' 완전 공개

유럽 최대 자동차업체 폭스바겐이 '모두를 위한 친환경 자동차'를 선보인다.

폭스바겐은 지난달 26일부터 5일(현지시간)까지 독일 하노버에서 세계 각국의 언론인들을 대상으로 친환경 기술인 '블루모션'을 적용한 신차들을 공개했다. 지난 9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살짝 보여준 블루모션을 완전히 '벗기는' 자리였다.

행사 마지막 날인 5일, 한국을 포함한 러시아, 아일랜드, 체코 등에서 초대된 자동차 기자단은 하노버 공항 반경 40여km 구간에서 올해 출시될 '폴로 블루모션', '골프 블루모션', '파사트 블루모션'을 시승했다.

블루모션은 단순히 기능적인 측면뿐 아니라 운전자의 주행습관을 통해 연비효율을 높이도록 유도하는 시스템이다. 하이브리드차나 전기자동차 등 특정한 기술이 강조된 친환경차들과는 다른, 포괄적인 개념이다.

폭스바겐은 이를 가리켜 "향후 출시될 모델들에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는 '우산(Umbrella)'과도 같은 브랜드"라고 설명했다.

블루모션 기술에는 연비개선 노력의 흔적들이 다양하게 스며들어 있다.

운전자는 계기반의 기어 변속 표시기능을 통해 연료를 아낄 수 있는 최적의 변속 타이밍을 파악할 수 있다. 운전자가 이 변속 타이밍을 충실히 지키기만 해도 연료를 20% 절감할 수 있다고 폭스바겐측은 설명한다.

변속구간을 설정하는 기어비도 최적화 됐다. 또 공기저항계수를 줄이기 위해 기존 모델보다 차체를 낮추고 마찰계수를 줄인 타이어를 채택했다. 신호에 걸려 차량을 멈출 때는 자동으로 시동이 꺼지고, 다시 출발하는 동시에 시동이 걸리는 '스톱-스타트 시스템'은 업계가 효율성을 인정하고 있다.

'블루모션'의 의미는 연비 개선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최대한으로 줄여 환경에 미치는 악 영향을 최소화했다는 것도 장점이다.

차를 멈출 때 발생하는 정지 에너지를 이용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등의 방식으로 Co2 배출량을 크게 줄였다. 소형차 '폴로 블루모션'의 경우 1km를 주행할 때 배출되는 Co2는 87g으로, 도요타의 하이브리드차 '프리우스'가 배출하는 89g보다 적다.

지난 2006년 출시됐던 1세대 폴로 블루모션은 ℓ당 25.64km(유럽 기준)을 달려 '세계에서 가장 연비가 좋은 승용차'로 알려지기도 했다.

올해 안으로 유럽 시장에 출시될 블루모션 3개 차종은 디젤(경유)엔진을 사용한 모델이다. 1200cc급 TDI 디젤엔진을 탑재한 폴로의 경우 연비가 ℓ당 30.3km에 달해 기존 모델보다 큰 폭의 연비개선이 이뤄졌다.

이 차는 기름을 가득 채우면 최대 1363km에 달하는 거리를 재급유 없이 주행할 수 있다. 수치상으로는 3.3ℓ의 기름으로 100km를 주행할 수 있는 셈이다. 때문에 이 차를 '3리터 차'라고 부르기도 한다.

'해치백의 교과서'라 불리는 인기모델 ‘골프’의 블루모션 모델은 1600cc급 TDI 디젤엔진을 탑재했다. 연비는 26.32km/ℓ로 동급 모델 중 최고 수준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주행거리 1km당 99g이다. 중형세단인 '파사트 블루모션'의 연비는 22.72km/ℓ, Co2 배출량은 114g/km다.

폭스바겐의 친환경 기술인 '블루모션'이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유럽 경쟁업체들의 친환경 기술과 구분되는 점은 '대중화'다.

경차급인 '폴로', 6번의 모델 체인지를 거친 장수모델 '골프' 등 유럽에서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차종에 친환경 기술을 먼저 적용했다. 아직은 부품 가격이 부담스러운 하이브리드나 전기차보다는 기존 차량의 연비를 크게 개선한 이들 모델로 소비자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서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각국 기자들은 자동차 역사상 가장 대중적인 모델 중 하나로 평가되는 '비틀'의 신화가 블루모션을 통해 재현될 지 주목하고 있다.

하노버(독일)=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