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6일 오후 5시.서울 신용산국제업무빌딩에서 근무하는 A부장은 프랑스 파리 지사에 다음 날 오전(현지시간)까지 차세대자동차 전지 핵심부품을 전달하라는 사장의 긴급지시를 받았다. A부장은 서울 상암동에 있는 '인터내셔널 익스프레스역'으로 달려갔다. 오후 7시 파리행 익스프레스열차를 타고 12시간30분 만에 파리에 도착,부품샘플을 무사히 전달했다.

아직은 공상과학소설에나 나올 법한 얘기지만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T프로젝트'가 완료되면 일상화될 미래다.

'T프로젝트'는 시속 700㎞로 달리는 '초고속 튜브열차' 개발사업이다. 초고속 튜브열차는 거의 진공상태(0.05~0.4기압)로 만들어진 지름 5m가량의 튜브 속을 달리는 방식이다.

튜브 안쪽은 진공에 가까워 열차 앞쪽에 공기저항이 거의 없다. 이론상 시속 1000㎞까지 속도를 낼 수 있지만,현재로선 기존 항공기와 맞먹는 속도인 시속 700㎞가 목표다. 전기를 에너지로 사용한다. 초고속 튜브열차가 개발되면 서울을 출발해 평양과 신의주를 지나 중국,나아가 유럽으로 이어지는 유라시아 초고속철도망이 구축될 수 있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의 초고속 튜브열차 사업은 올 상반기 국토해양부 건설교통기술평가원의 기획사업으로 선정됐다. 기술연구원에서는 현재 진공,공력,추진,부상 등 단계별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최성규 한국철도기술연구원장은 6일 서울 여의도에서 '동북아 초고속 교통망 구축을 통한 국가 미래비전 실현'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전기에너지를 사용하는 시속 700㎞ 초고속튜브열차 개발은 미래의 국가 신성장동력 사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풀어야 할 숙제도 만만찮다. 아직 전 세계 어디에도 전기에너지로 700㎞ 이상 속도를 내는 열차의 상용화에 성공한 나라는 없다. 현재 일본에서 최고시속 581㎞의 자기부상열차가 개발된 정도다.

그러나 상용속도는 아직까지 430㎞가 최고다. 진공상태에서 달리는 초고속튜브트레인은 독일 일본 스위스 등에서 기초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놓은 곳은 없다. 스위스메트로의 경우 1990년대부터 기술개발에 착수했으나 달릴 때 발생하는 진동과 소음,지반문제 등의 이유로 2005년께 연구개발을 중단한 상태다.

최 원장은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한다면 국내 기술로 세계 최초로 700㎞의 속도를 내는 꿈의 철도를 상용화하는 날도 반드시 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