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부처 '밥그릇 싸움'…외국 온라인 게임 '골병'
중국 온라인게임 시장 관할권을 놓고 정부 부처인 문화부와 신문출판총서가 다투면서 외국계 온라인게임 업체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중국에서 500만명이 즐기는 미국 블리자드사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가 첫 희생양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상하이데일리는 2일 신문출판총서가 WOW 서비스의 승인을 보류했다며 부처 간 다툼으로 중국에서 이 게임의 앞날이 불투명해졌다고 보도했다.

WOW는 중국 내 서비스 업체가 최근 더나인에서 넷이즈닷컴으로 바뀌면서 새롭게 서비스 승인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승인 보류라는 복병을 만났다. 이미 500만명이 이용하는 온라인게임이 생사기로에 몰린 것이다.

신문출판총서는 넷이즈닷컴이 당장 WOW 서비스를 중단하지 않으면 인터넷 서비스 자체를 중단해야 하는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문출판총서는 넷이즈닷컴에 새 가입자를 확보하지 않고 요금을 받지 않는 등의 조건을 내걸어 WOW 베타 테스트(시범서비스)를 허용했지만 넷이즈닷컴이 이를 어겼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문화부는 신문출판총서가 게임을 비준할 권한이 없다며 이 사안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상하이데일리는 전했다.

온라인게임의 심사권은 공식적으로는 지난해 신문출판총서에서 문화부로 넘어갔다. 하지만 신문출판총서는 모든 출판물이 중국 내에서 유통될 때 필요한 판호(출판번호)를 부여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

신문출판총서는 인터넷에서 내려받은 온라인게임도 출판물이라며 판호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판호 부여권을 갖고 계속 온라인게임을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신문출판총서는 지난달 초 온라인게임 서비스에 외국인 투자를 금지하겠다는 조치를 발표하는 등 온라인게임 규제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문출판총서의 조치는 외국 게임 업체들을 견제함으로써 자국 게임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지만 관할권이 있음을 무리하게 과시하기 위한 뜻도 숨어 있다고 분석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게임 업체들이 판호를 받는 과정에서 브로커들을 통해 신문출판총서 관료들에게 검은 돈이 흘러들어가기 때문에 신문출판총서가 권한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게다가 중국 온라인게임 시장이 2003년 2억4000만달러에서 지난해 25억달러 규모로 급팽창하면서 두 부처의 관할권 다툼은 가열되는 양상이다.

문화부는 온라인게임에 대해 판호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상위 기관인 국무원(중앙정부)이 명쾌하게 정리를 해주지 않는 한 온라인게임 업체들만 골병이 들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두 부처는 PC방 등 정보기술(IT) 분야의 새로운 업태에 대한 감독관리를 놓고서도 관할권 싸움을 벌이고 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