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은 '나눔'입니다. " 너무 기대가 컸던 때문일까. 세계적인 디자인 컨설팅업체 '이노디자인'의 김영세 대표(60 · 사진)에게 차원이 다른 디자인 철학을 기대했지만 의외의 평범한 대답에 약간 실망했다. 하지만 그의 설명을 듣다보니 얼마 안 돼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

"한 사람에게 초점을 맞춰 탄생한 디자인이 여러 사람을 기쁘게 하고,바로 기업의 이윤으로까지 연결되는 선순환 과정들을 통해 '나눔'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나눔 덕분에 빌 게이츠보다 더 행복합니다. "

김 대표는 1986년 미국 실리콘밸리에 이노디자인을 설립한 뒤 유명 기업들과 디자인 콜라보레이션(협업)을 펼쳐 레드닷 · IF · 굿디자인 등 각종 디자인상을 휩쓸었다. 레인콤의 '아이리버',삼성전자 '애니콜' 등 각종 히트상품을 탄생시킨 세계적인 산업디자이너다. '12억원짜리 냅킨 한 장'(2001년),'트렌드를 창조하는 자,이노베이터'(2004년) 등의 저서로 '디자인시대'를 연 그가 이번에는 '나눔의 디자인'을 강조하고 나섰다.

최근 오픈한 인터넷 사이트 '디자인 2.0(www.designtwopointo.com)'은 디자인 나눔을 위한 공간이다. '2.0'이란 이름처럼 쌍방향으로 각종 디자인 콘텐츠를 공유한다. 신진 디자이너들에게 프로젝트 참여 기회를 제공하고,기업에는 디자인 경영의 활로를 제시하고 있다. 물론 지난 20여년간 쌓아온 그의 디자인 노하우도 함께 담겨 있다. 김 대표는 "10년 전부터 음악 콘텐츠를 다루는 아이튠(i-tune)처럼 디자인 영역도 온라인에서 여러 사람과 공유하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며 "이제야 머릿속의 생각들을 실천하게 됐다"고 말했다. 디자인 인력들이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사이버 환경을 조성,'제2의 김영세'를 발굴하겠다는 의지다.

이곳에서 가장 반응이 뜨거운 코너는 '5분 컨설팅'.김 대표가 직접 개인이나 기업들에 디자인에 관한 고민을 풀어주는 공간이다. 그는 "쏟아지는 질문에 눈코 뜰 새 없지만 다양한 생각과 소통하면서 즐거움과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5년 만에 펴낸 저서 '이매지너(다음 세대를 지배하는 자)'에서도 그의 디자인 철학을 엿볼 수 있다. 그가 만든 신조어인 이매지너는 21세기 감성시대를 이끌어갈 리더이자 강력한 상상력을 현실로 실현시켜 미래 부가가치를 창조하는 사람이다. 김 대표는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이매지너'들의 창조적 사고법도 소개했다. 그는 "디자인은 '비즈니스의 엔진'으로,'이매지너'는 상상력을 통해 무에서 유를 창조하고 최고의 부가가치를 만들어 낸다"며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이렇게 실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글=안상미/사진=김병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