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을 이탈리아 요리처럼 세계화하려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수입니다. 하지만 금방 성과가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조급해하지 말고 장기적으로 투자하고 연구해야 합니다. "

외국인을 위한 이탈리아 요리학교 ICIF(Italian Culinary Institute for Foreigners)의 브루노 리브랄론 총장(64 · 사진)은 정부가 주도하는 한식 세계화에 대한 조언부터 내놓았다. 그는 "단순히 요리만 전파해선 안 되며 문화와 언어도 함께 수출해야만 오래 간다"며 "현지인 입맛에 맞도록 음식을 바꾸는 것은 진정한 세계화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리브랄론 총장은 서울 잠원동 ICIF 한국분교에서 내년 4월 시작하는 '소믈리에 코스' 홍보를 위해 최근 방한했다. 1991년 토리노에 설립된 ICIF는 한국 미국 홍콩 중국 브라질 등 세계 38개국 분교에서 3000여명이 넘는 요리사를 배출했다. 그는 "ICIF는 유럽연합(EU),토리노가 있는 피에몬테주,밀라노가 있는 롬바르디아주 주정부와 라바차 커피,바릴라 파스타 등 이탈리아 유명 식자재 업체의 후원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각국 분교에서도 이탈리아에서 공수해 온 식자재를 쓴다. 리브랄론 총장은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당시 ICIF의 요리사와 학생들이 세계 각국 선수들에게 이탈리아 음식을 제공했다"며 "정부와 업계가 똘똘 뭉쳐 이탈리아 음식의 세계화를 적극 도와줬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ICIF는 단순히 요리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이탈리아의 문화와 언어도 함께 전파한다. 각국 분교에서 이탈리아인 요리사에게 수업을 들은 뒤 이탈리아로 건너가 레스토랑 주방에서 직접 음식을 만드는 혹독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는 "한국 사람들은 특유의 근성과 오기로 잘 견뎌내는 것 같다"고 했다.

리브랄론 총장은 서울의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가본 소감도 밝혔다. "엄밀히 말하면 진정한 이탈리아 요리라기보다 '한국인 입맛에 맞게끔 변형한 파스타'더군요. 맛있는 스파게티는 지중해 햇살을 받은 바질과 순수한 올리브,향이 살아 있는 통마늘 등으로 만든 기본에 충실하고 심플한 음식이거든요. "

지금은 ICIF 총장이지만 그는 본래 경력 38년째인 베테랑 요리사다. 토리노공항 옆에서 레스토랑과 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노르웨이 여왕부터 허름한 차림의 배낭여행객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제가 만든 이탈리아 음식을 맛봤죠.그래도 요리를 만들어서 손님 앞에 내갈 때면 여전히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맛있다'란 한마디가 요리사에겐 최고의 찬사거든요. 하지만 집에 가면 귀찮아서 주방 근처에는 얼씬도 안 합니다. "

글=김정은/사진=김병언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