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환갑을 넘긴 김영일씨는 혈당 수치가 높은 데다 그로 인한 심장 질환 증세까지 갖고 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샤워를 마치고 TV를 켜자 김씨의 주치의가 남긴 영상 메모가 뜬다. 오늘 김씨의 건강 상태를 간단히 설명한 주치의는 어떤 운동을 어느 정도 할지 일러주고 적절한 식사 메뉴까지 제안했다. 주치의는 밤 사이 김씨의 잠옷을 통해 수집,전송된 심박수와 호흡 수,체온 등과 아침 소변을 통해 수집된 성분 정보를 U헬스케어 시스템을 통해 검색해 분석한 뒤 김씨가 샤워하는 동안 이 같은 건강 관리 상담 내용을 보내 놓은 것이다.

의사 권고에 따라 가벼운 산책에 나선 김씨는 귀에 꼽은 MP3 플레이어를 통해 경고음을 듣고 잠시 쉬기로 했다. 신발을 통해 측정되는 운동량이 적정 수치를 넘었다는 내용을 플레이어에 전달해 경고 메시지가 발생한 것이다. 오늘 건강 상태가 양호하다는 상담 내용에 조금 무리한 것 같았다.

오후에는 아내의 허리 통증을 진료받기 위해 함께 병원을 찾았다. 의사의 진단과 안내에 따라 MRI와 CT 사진을 찍고 다시 진료실로 돌아오니 의사는 벌써 김씨 아내의 MRI 결과 사진을 모니터로 보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몇 년 전 다른 병원에서 찍었던 사진과 비교까지 해가며 치료 계획을 설명해 주었다. 디지털화된 영상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송할 수 있어 가능해진 일이라고 했다. 디스크 조각이 터져 나와 시술을 받았는데,국소 마취를 통해 시술 중에도 의사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의사는 김씨 아내의 치료 중 몸속 상태를 디지털 영상 장비를 통해 바로 확인한다고 했다. 시술 전에는 시술 장면을 미국의 한 병원으로 실시간 전송해 그 곳 의사 교육용으로 제공해도 된다는 동의서에 사인을 하기도 했다. 며칠 후 퇴원한 김씨 아내는 병원에서 주기적으로 보내오는 허리 강화 운동 영상을 TV를 통해 보며 따라 하는데 하루하루 좋아지는 것을 느낀다고 한다.

이상은 현재 이미 시행되고 있거나 가까운 장래에 실현될 디지털 병원과 U헬스 기술을 섞어 묘사해 본 모습이다. 세계적인 우리의 정보기술(IT)과 의술을 접목한 디지털 병원 모델은 스페인 등 해외에 수출하고 있다. 일본 미쓰비시 연구소는 U헬스케어 산업이 2010년이면 3800억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내다 봤다. 국내 시장은 2012년께 2조원대를 형성할 것이란 전망이다. 국가의 신성장동력으로의 가능성이 충분한 것이다.

먼 이야기같던 인터넷과 화상 통화가 어느새 우리 일상이 된 것처럼 새로운 의료 환경도 순식간에 자연스런 삶의 일부가 되어 있을 것이다. 우리 나라의 인재와 자원을 활용해 세계 디지털 병원 시장을 선점하는 일이 시급한 시점이다.

이상호 우리들병원그룹 이사장 shlee@woorid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