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시장에 전운(戰雲)이 감돌고 있다. 임박한 '별들의 전쟁' 때문이다. LG는 KT와 SK의 양강구도에 맞서 텔레콤 · 데이콤 · 파워콤 등 3사(3콤)를 합병키로 하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또 이상철 전 정보통신부 장관을 통합법인의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하기로 했다. 합병에 걸맞은 '거물'을 앞세워 KT · SK 진영에 선전포고를 한 셈이다. 공교롭게도 이석채 KT 회장도 전직 정통부 장관 출신이다. 'KT CEO 출신 전직 장관'과 '장관 출신 KT CEO'의 치열한 수싸움이 불가피해졌다.


테크노 CEO vs 경제관료 CEO

두 사람 모두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하지만 걸어온 길은 판이하다. 이 회장이 정부 요직을 두루 거친 정통 경제관료 출신인 데 비해 이 전 장관은 공대 출신의 테크노 CEO다. 나이는 이 회장이 64세로 이 전 장관보다 세 살이 많다. 이 회장은 경복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와 1969년 행정고시 7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경제기획원 예산실장,농림수산부 차관,재정경제원 차관을 거쳐 1996년 2대 정통부 장관을 지냈다. 당시 개인휴대통신(PCS) 3사를 선정하며 국내 이동통신산업의 초석을 닦았다. 그는 1997년 청와대 경제수석을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난 뒤 10여년 만에 '통신판'에 복귀했다.

이 전 장관은 경기고,서울대 전기공학과를 나와 미국 듀크대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은 뒤 NASA의 통신위성설계 담당 연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15년 안팎의 연구원 생활을 거쳐 1991년 한국통신에 입사해 무선사업본부장을 거쳐 1996년 한국통신프리텔 사장에 취임했다. 그는 016 이동전화를 업계 2위로 끌어올리며 CEO로서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 2000년에는 총선에 출마했다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2001년 KT 사장으로 복귀해 민영화 작업을 주도했다. 2002년 7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제8대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냈으며,최근까지는 광운대 총장을 맡았다.

지장(智將) vs 덕장(德將)

경력이 보여주듯 두 사람은 리더십과 업무추진력에서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해박한 지식과 논리적인 사고,오랜 경험에서 터득한 노하우는 조직을 이끄는 자산이자 무기다.

경영 스타일에서는 다소 차이를 보인다. 이 회장은 강력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한 '지장'형에 가깝다. 수년간 끌어온 KTF 합병을 전광석화처럼 끝냈고,호봉제 대신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 등 특유의 추진력을 과시했다. 강력한 리더십을 통해 공기업 성격이 강한 KT의 인사,조직,일하는 방식을 바꿔가고 있다. 옛 정통부 공무원들 중에서는 "많이 깨지기도 했지만 많이 배웠다"며 가장 기억에 남는 장관으로 꼽는 사람이 많았다.

이 전 장관은 부드러운 리더십을 지닌 '덕장' 스타일이다. 광운대 총장으로 부임하던 날 교내에서 바비큐 파티를 열고 도서관 앞에서 학생들에게 손수 캔커피를 나눠주는 등 자상한 총장의 이미지를 심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인화를 중시하는 LG그룹에 적합한 인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엔지니어 출신답게 현장 중심의 경영을 중시한다. 장관 재임시절엔 초고속인터넷 보급 확대,IT펀드 조성 등 7개월 임기가 무색할 정도로 추진력을 발휘했다. 2003년 초유의 인터넷 대란이 발생했을 때도 비상대책반을 즉시 꾸려 상황을 진두지휘,문제를 빠르게 해결했다.

통신업계는 두 전직 장관이 벌일 '통신대전'에 벌써부터 주목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은 "IT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는 컨버전스(융합)와 지능화로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이 회장이 취임 후 줄곧 강조해 온 '컨버전스 전략'과도 일맥상통한다. 업계 관계자는 "두 사람이 정통부 장관 출신의 통신 전문가답게 정체상태인 통신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