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 뉴스 앵커의 표정과 말투는 세상의 변화를 보여주는 단면 중 하나인 것 같다. 사회 전체의 분위기 탓도 있었겠지만,오래 전 앵커들의 표정은 경직됐고 말투는 사무적이었다. 심한 경우 '오늘 이러이러한 일이 있었으니 이런 줄 아시라'는 통지처럼 일방적으로 들리는 때도 있었다. 그에 비하면 요즈음 앵커들은 멘트부터 달라졌다. 가끔 보는 북한 뉴스와 비교해 보면 그 친근함이 한결 확실해진다. 또 언젠가부터 뉴스 하나 하나는 네티즌들에 의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되며 시청자들의 제보도 훨씬 활발하다.

이런 변화는 소위 2.0이라는 용어로 불리는 것 같다. 이 용어는 참여와 공유,개방을 표방하는 민주적이고 탈권위적인 변화를 표상하는 듯한 느낌이다. 2.0이란 표현은 웹 2.0이란 말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2004년 미국에서 처음 도입된 개념으로 블로그나 카페,위키피디아 등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지식이나 상품,권력 등에서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때로는 전문가와 비전문가가 동등한 자리에 서기도 한다. 양방향성은 기본이다. 워낙 역동적이다 보니 일부에서는 2.0이란 용어로 한정하는 것 자체도 거부하는 모습니다. 인터넷 초기,닷컴(.com)이 굴뚝 산업을 대신할 메시아인 것처럼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다. 여기저기 닷컴이란 용어를 갖다 붙이다 보니 심지어 '닷컴식당'이란 이름까지 등장했던 걸로 기억하는데,2.0 역시 그런 과열이 조금씩 눈에 띄기도 한다.

최근의 '트위터'서비스는 가장 발전된 형태의 웹 2.0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이다. 간단한 문장으로 된 정보가 엄청난 수의 네티즌에 의해 실시간으로 공유되고 전파되는 모습은 개방된 권력으로서의 가능성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독점을 경계하고 권위를 거부하는 '진보적'인 2.0의 특성상 트위터 역시 종횡으로 다양하게 변화된 모습의 서비스가 새롭게 나타날 거라는 전망이다. 필자의 생각에도 기존의 매체 특성을 기반으로 하면서 많은 대중의 기호를 함께 만족시키는방향의 서비스가 꾸려지지 않을까 싶다.

이런 점들을 종합해 볼 때 헬스 2.0이라는 개념이 확산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의료 서비스가 의료인이나 병원,제약사 중심에서 환자 중심으로 재편돼 그들의 권익을 높인다는 관점에서 그렇다. 자신의 질환에 적극적이고,비슷한 경험을 가진 사람끼리 의료 정보를 나누고 생산해내는 똑똑한 환자(Smart Patient)들이 늘어가면 구성원 전반이 건강해지고 사회 비용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의료인과 환자가 함께 윈윈할 수 있는 구조다. 물론 의료 소비자 대부분의 접근성과 의료법,표준화와 같은 기술적인 문제 등에 대해서는 사회적인 검토가 필요하고 일부 아마추어리즘이 불러 올 혼란의 가능성은 적극적으로 여과돼야 하겠다.

이상호 우리들병원그룹 이사장 shlee@woorid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