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제재 앞세우면 핵 강화 앞세울 것”

[한경닷컴]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북한과의 대화는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밝혀 북·미대화를 위한 의견 조율이 순조롭지 않음을 내비쳤다. 실제로 박길연 북한 외무성 부상은 “미국이 제재를 앞세우고 대화를 하겠다면 우리 역시 핵 억제력 강화를 앞세우고 대화에 임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캠벨 차관보는 28일 국무부 브리핑에서 “북핵 6자회담 참가국들은 동북아 외교의 다음 단계를 계획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그는 “스타인버그 부장관이 이를 위한 추가 협의를 위해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를 방문중이며,중국의 고위 당국자(원자바오 총리)가 조만간 북한을 방문하는 것 역시 이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캠벨 차관보는 하지만 북·미 양자대화 계획의 진전과 관련,“아직까지는 결정되지 않았다”면서 “북한문제를 다루는 과정에서 미국이 배운 교훈 중 하나는 일정한 정도의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양자대화가 열릴 경우 북한이 협상 테이블인 6자회담으로 즉각 복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최근 “양자든 다자든 핵 협상을 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으나 다자회담이 6자회담을 의미하는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한편 박 부상은 이날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대화에는 대화로,제재에는 핵 억제력으로 대처하는 것이 우리 공화국 정부의 입장”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 정부가 북한의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대한 제재를 병행하면서 대화에 나설 경우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못박은 것이다. 박 부상은 “개성공업지구 운영 등 북·남 경제협력이 다시 제 궤도에 들어서게 되고 흩어진 가족들이 다시 상봉하게 됐다”고 언급했으나 한국 정부에 대한 비판은 없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