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사진)이 유엔총회를 통해 일각에서 제기된 리더십 불신을 씻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 총장이 산적한 국제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하는 데 앞장서면서 주요국 정상들이 유엔의 역할을 다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게 유엔 외교가의 분석이다.

반 총장은 22일(현지시간) 기후변화 정상회의를 주재하면서 회원국 정상들의 정치적 의지를 이끌어냈다. 101개국 정상들은 12월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회의에서 기후변화 협정 타결이 긴급하고 중대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게 됐다. 특히 미국과 중국 정상이 책임 있는 자세로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난항을 겪고 있던 코펜하겐 실무협상 전망이 밝아졌다. 미국과 중국 두 나라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40%를 차지한다.

반 총장은 기후변화 정상회의에 앞서 직접 북극을 방문,녹아내리는 빙하를 눈으로 확인했다.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정상회의 기조연설에서 "미래 세대의 운명과 수십억 지구 인구의 삶과 희망이 오늘 여러분에게 달렸다"고 강조하며 정상들을 압박했다.

반 총장은 관심이 시들해진 군축 아젠다를 유엔 핵심 의제로 부각시켰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24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주재로 15개 회원국 정상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안전보장이사회에서 핵무기 및 핵물질 확산 방지와 핵실험 금지를 위한 결의안을 채택한 것도 반 총장의 막후 노력이 큰 힘이 됐다. 이번 결의안은 작년 10월 반 총장이 안보리에 내놓은 '핵군축 비확산 관련 제안'을 구체화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

반 총장이 신다자주의를 주창하면서 이번 유엔총회에는 오바마 대통령을 포함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 등 주요 정상들이 모두 참여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3일 연속 뉴욕에 숙박하면서 다양한 유엔총회 의제에 관심을 보였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