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들에 대한 법원의 산업재해 판결이 관대해지고 있다. 2차 회식 후 입은 사고나 기준 이하의 소음으로 피해를 입은 근로자에게도 산재를 인정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산재로 인정해 달라는 근로자들의 소송도 매년 10% 이상씩 급증하고 있다.

8일 법원에 따르면 기아자동차 화성공장에서 15년간 근무하다 소음성 난청 진단을 받은 김모씨는 지난달 서울행정법원으로부터 산재를 인정받았다. 서울행정법원은 "소음성 난청이 85데시빌(㏈) 이상의 소음에 노출된 작업장에서 3년 이상 종사한 근로자에게만 발생한다는 의학적 근거가 없다"며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전화상담원으로 1년여 근무하다 난청에 걸린 황모씨가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 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에서 "전화 소음이 85㏈ 이하여서 소음성 난청 발생 기준에 못 미친다"고 한 이 법원의 올해 초 판례와 정반대다.

회사 회식 후 당한 사고도 과거에는 공식적인 1차 회식만을 업무 연장으로 보고 재해로 인정한 반면 최근에는 2차 이상의 회식에 대해서도 재해로 인정해주고 있다. 대법원은 송년회를 겸한 회식에 참석한 근로자가 2차 회식 장소인 노래방에 갔다가 도로에 넘어지면서 사망한 사건을 산재로 인정했다. 서울고법도 지난달 2차 회식에서 폭탄주를 먹고 만취한 뒤 귀가하다 계단에서 추락해 사망한 사건을 산재로 봤다.

대법원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는 근로자가 자가용을 타고 출근하다 사망한 경우도 산재로 인정했다. 통근버스를 이용하거나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는 경우에만 산재로 인정한 기존 판례보다 인정폭이 넓어졌다. 서울행정법원 서태환 부장판사는 "사회보장에 대한 욕구가 커지는 추세에 맞춰 법원의 판단 기준도 점차 완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공무원이나 근로자가 산재로 인정받으면 공무원연금관리공단과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재보험금을 지급받게 된다.

권리의식이 강해지면서 산재 소송 건수가 2004년 1064건,2005년 1285건,2006년 1429건,2007년 1560건,2008년 1783건 등으로 계속 늘고 있다.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법원이 최근 새로운 판결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면서 "하지만 공단으로서는 무조건 산재보험금을 내줄 수 없어 대법원의 최종 판결까지 간다"고 밝혔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