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7일 발표한 '보금자리주택 공급확대 및 공급개편 방안'은 크게 △단기간 내 대량 공급 △저렴한 분양가 △청약기회 확대로 요약된다. 이명박 대통령이 8 · 15 경축사에서 밝힌 '획기적 주택정책'이란 결국 이미 풀기로 예정된 수도권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2018년까지 기다리지 않고 2012년까지 다 해제해 주택용 토지로 개발하겠다는 구상으로 나타났다. 이번 대책은 엄밀하게는 '공급확대책'이 아닌 '조기공급대책'이다. 작년 9월의 보금자리주택 건설방안에서 밝힌 물량(2018년까지 전국 150만채 공급)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공급시기를 앞당기겠다는 것이다. 단계적 개발로 연도별 공급물량이 적어 서민들이 주거 안정 효과를 체감하는 데 한계가 있고 수도권의 주택공급 감소세가 위험한 상황이란 지적에 따른 것이다.


◆보금자리주택 조기 공급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 예정지(78.8㎢)를 시급히 개발해 2012년까지 보금자리주택을 당초 계획보다 20만채 늘린 32만채를 짓겠다고 밝혔다. 4개년간 매년 8만채씩 건설하겠다는 뜻이다. 이는 수도권 아파트 입주량(연평균 13만채)의 60%에 달하는 수치다. 한만희 국토해양부 주택토지실장은 "수도권 청약대기자들은 분양가가 쌀 수밖에 없는 그린벨트 해제지의 보금자리주택을 선호한다"며 "그린벨트 조기 해제가 집 없는 서민들에게 희소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그린벨트 외에 도심 재개발에서 8만채,신도시에서 20만채 등 28만채를 추가로 공급,수도권 보금자리주택 공급을 2012년까지 60만채(당초 40만채)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이는 수도권 청약저축 1순위 가입자(107만명)의 56%에게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60만채 가운데는 분양주택이 26만채,임대주택은 34만채가 지어진다.

정부는 이와 함께 오는 10월께 수도권 그린벨트에서 2차 보금자리주택지구를 5~6곳 지정할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서울시 경기도 등 지자체들과 15~16곳의 후보지를 놓고 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이 가운데 2차 지구로 어디가 지정될지 현재로선 장담할 수 없어 구체적 공급규모를 밝히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신도시 개발이 확정된 서울 송파구 위례신도시에선 내년 4월 중 시범단지에서 사전예약방식으로 2000~4000채의 보금자리주택이 처음 분양될 예정이라고 국토부는 밝혔다. 위례신도시 전체 공동주택 4만3000채 가운데 보금자리주택은 2만2000채가 공급된다. 지방에선 이미 지정된 국민임대단지(16개,4만7000채)를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전환해 공급키로 했다.

정부는 보금자리주택 조기 공급으로 2010~2014년 연간 1조4000억원의 예산이 추가로 들어갈 것으로 보고 정부 재정과 기금에서 재원을 조달키로 관계부처 간 협의를 마쳤다고 밝혔다.

◆저렴한 분양가로 공급

정부가 이번 대책에서 4개 보금자리주택 시범지구의 분양가를 추정치이지만 밝힌 점도 눈에 띈다. 지구계획 승인이 나고 사전예약 공고를 하게 될 9월 말께나 분양가가 나올 전망이었지만 이번 대책의 핵심 내용으로 잡히면서 추정 분양가가 나왔다. 서울 강남 세곡지구와 서초 우면지구는 3.3㎡당 1150만원으로 주변 수서(2205만원),우면 · 방배(2117만원)의 절반 수준이다. 고양 원흥지구는 850만원(인근 행신 화정은 1190만원),하남 미사지구는 950만원(강일 하남은 1315만원) 정도로 추정됐다.

이는 분양가 상한제 하의 기본형 건축비(지난 3월 기준 3.3㎡당 490만원)에 가산비(그린홈,추가 복리시설 등)와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한 결과라고 국토부는 밝혔다. 한만희 실장은 "주변의 기존 아파트는 물론 신규분양 아파트 가격까지 다 참고했으며 시세차익도 적정선을 넘지 않도록 고려했다"고 말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