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 존슨(52) 씨는 직장을 잃고 1990년대 후반부터 호주 시드니 중심가인 조지스트리트와 마켓스트리트 사이에 있는 마이어백화점 앞에서 구걸행위를 하고 있다. 그는 하루도 빠짐없이 그곳에 나가 매일 16시간을 앉아서 오가는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그가 1년 동안 번 돈은 얼마나 될까.

호주의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이 노숙자가 구걸행위로 연간 5만호주달러(약 5000만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고 24일(현지시간) 전했다. 운이 좋은 날은 하루에 400호주달러(약 40만원), 운이 따르지 않는 날은 75~150호주달러(약 7만5000~15만원)를 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그는 "금요일에 250호주달러(약 25만원) 이하의 수입을 올릴 때는 정말 실망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 "행인들은 낮보다는 일을 끝내고 행복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저녁에 더 많은 돈을 준다"고 덧붙였다.

시드니시 북쪽 뉴캐슬 출신인 그는 "집을 빌릴 여유가 없을 뿐더러 작은 연립주택 조차 세들어 사는 비용이 너무 비싸 길거리로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노숙자들과는 달리 담배도 피우지 않고, 술도 마시지 않으며, 마약도 손대지 않는다. 그렇다면 구걸해서 웬만한 봉급쟁이보다 더 많이 번 돈을 대체 어디에 쓰는 것일까.

그는 번 돈의 일부를 친구들에게 주기도 하며, 벌어들인 동전과 지폐를 일단 안전한 장소에 보관했다가 일주일에 몇 차례 은행계좌에 입금시키기도 한다. 그는 이렇게 해서 번 돈을 저축해 간 이식이 필요한 친구의 수술비를 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뉴사우스웨일스주의 통계청 조사결과에 따르면 이곳에는 현재 2만7000여명의 노숙자들이 거주하고 있다.

한경닷컴 김은영 기자 mellis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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