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은 옥중서신 뒤에 늘 ‘책을 보내달라’면서 목록을 덧붙였다.

1982년 6월 25일자 옥중서신에서 그는 《파스칼의 생애와 사상》 《제자백가》 《김홍신의 해방영장》 등 7권을 넣어달라고 부탁했다.

촘촘한 글씨로 가족들에게 안부를 전하면서도 껌종이 뒷면에 새로 읽을 책의 명단을 적는 걸 잊지 않았다.

‘독서광’의 면모는 동교동 자택 서재를 3만 권의 장서로 가득 메운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의 책에 나오는 도전과 응전의 개념은 그가 즐겨 사용하던 말이었다.

소설 중에서는 민족의 고난과 희망을 그린 박경리의 《토지》를 높이 평가했고 동서양의 사상가들 중 ‘맹자’를 최고로 꼽았다.

그는 병상에 눕기 전까지도 책을 놓지 않은 독서가였다.

‘가장 책을 많이 읽은 대통령’으로 평가되는 그는 《대중 참여 경제론》(산하),《다시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김영사)를 비롯해 《배움-김대중 잠언집》(최성 엮음,다산책방) 등 수많은 저작을 남겼다.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세상의 모든 단면과 소통을 시도한 지도자의 모범을 보여줬다.

의사의 길을 버리고 컴퓨터 치료사의 길을 택한 벤처기업인 안철수씨도 책에서 인생을 배웠다고 말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학교도서관의 책을 모조리 탐독해 서울 의대에 ‘간신히’ 입학했다는 그가 안정적인 미래와 보장된 성공을 뒤로하고 미지의 가시밭길을 택한 용기도 책에서 얻은 ‘보물’이었다.

밤새 바이러스 치료 프로그램을 개발하느라 아내에게 군대에 간다는 말조차 하지 못하고 입대한 그가 외국기업의 1000만 달러 인수제의도 뿌리치고 정직과 성실로 최고의 자리에 오른 비결 또한 독서였다.

그는 저서 《CEO 안철수,영혼이 있는 승부》(김영사)를 통해 서초동 뒷골목의 허름한 사무실에서 3명의 직원으로 안철수바이러스연구소를 설립하고 ‘투명한 기업문화를 자랑하는’ 기업으로 키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CEO 안철수,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김영사)에서는 급변하는 글로벌 시대에 개인과 조직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어떤 자세와 마인드를 가져야 하는지,한국이 진정으로 ‘인터넷 강국’이 되려면 어떤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지를 묻고 답한다.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이름,안철수연구소》에선 안철수연구소 직원들을 통해 비즈니스의 핵심 가치와 삶의 소중함을 일개운다.

시골의사 박경철씨도 어릴 때부터 고전과 역사서 등 인문학의 향기에 푹 빠져 산 덕분에 지금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나를 키운 건 동네 도서관이었다”고 고백한 빌 게이츠와 전쟁터에도 ‘책 수레’를 동반했던 나폴레옹의 책 사랑 또한 유별났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