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하게 부과된 세금으로 모든 재산을 날리거나 집안이 풍비박산나는 일을 막아보고 싶었습니다. "

국세청 개방직 1호로 특별 채용돼 5년 동안 서울지방국세청 법무2과장으로 일한 고성춘 변호사(45)는 17일 신간(新刊) '세금으로 보는 세상 이야기'를 펴낸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34가지 사례로 구성된 이 책은 억울한 사연을 많이 담고 있다. 예를 들어 A씨는 국세청의 부실과세로 4년 동안 마음고생을 하고 돈은 돈대로 날렸다. 그는 경기도 김포시 소재 논을 판 뒤 양도소득세를 신고하지 않았다. 8년 이상 농지소재지에 거주하면서 자경한 농지 소유자에겐 양도소득세가 면제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세청은 주민등록상 거주기간이 7년에 불과하다며 1000여만원의 양도소득세를 부과했다. A씨가 세금을 내지 않자 국세청은 A씨 소유 임야를 압류한 뒤 공매로 팔아버렸다.

A씨는 이의신청과 심판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거주 여부는 주민등록이 아니라 실제 거주지를 기준으로 봐야 한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A씨는 추가로 낙찰자를 상대로 소유권반환 청구소송,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해 땅을 되찾았다. 그러나 4년간의 시간과 소송비용은 돌려받을 길이 없었다.

자본금 30억원짜리 건설사를 운영하던 B씨는 회사 설립 당시 발기인과 임원이 필요해 매형 동생 조카 등을 주주로 등재했다. 이 회사의 자본금 30억원은 가장 납입된 돈(일시적으로 사채업자 등에게 돈을 빌려 자본금을 낸 뒤 다시 빼내가는 방식으로 납입된 돈)이었다. 그런데 국세청은 매형 앞으로 4억6000만원,동생 앞으로 2억3000만원,조카 앞으로 7100만원의 증여세를 부과했다. B씨가 가족에게 주식을 증여한 것(명의신탁증여의제)으로 간주한 것이다. "자본금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돈인데 무엇을 증여했다는 것이냐"고 항변해 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것이 불화의 원인이 돼 본인은 이혼소송을 당하고 동생은 신용불량자가 됐다. 한 살과 세 살배기 아이가 있는 조카는 생존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고 변호사는 "억울한 일이 많이 발생하는 주된 이유를 징수 편의에 초점을 맞춘 세법제도와 세무공무원 또는 서민들의 무지"라고 진단했다. 그는 "집필과 변호사 활동을 통해 성실하게 살아가는 일반인들이 법이나 조세행정을 몰라 억울한 일을 당하는 것을 막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