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삼성전자가 2조5200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낸 것은 LCD TV 부문의 선전 덕이다.반도체 부문이 업계에서 유일하게 흑자를 낸 것도 전 분기에 비해 영업이익이 5배 이상 늘어나는데 기여했다는 분석이다.그밖에 휴대폰 분야의 지속적인 선전,공격적인 마케팅 드라이브 등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만든 요인으로 작용했다.

▶삼성 대표선수가 TV로 바뀐 이유는?

1400억원,500억원 적자,1100억원,3800억원….TV가 주력인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 부문이 지난해 2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올렸던 영업이익(글로벌 연결기준)의 추이다.그럭저럭 남는 장사를 했지만 2조원대 영업이익을 냈던 삼성전자에서 ‘캐시카우(현금창출원)’ 소리를 듣기에는 미흡한 실적이었다.하지만 올해 2분기에는 ‘삼성전자의 얼굴’ 역할을 제대로 했다.1조1770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올리며 반도체,LCD,통신 등을 제치고 가장 수익성이 높은 사업부문으로 자리매김했다.

부가가치가 높은 LCD(액정표시장치) TV가 효자노릇을 톡톡히 했다.삼성전자의 상반기에 1000만대가 넘는 LCD TV를 팔았다.올 상반기 세계 LCD TV 시장규모가 5490만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 6개월동안 5대 가운데 1대 꼴로 삼성 TV가 팔렸다는 계산이 나온다.

‘TV 미라클’의 선봉 역할은 ‘새로운 종(種)’이란 슬로건을 내건 LED(발광다이오드) LCD TV가 맡았다.LCD TV보다 최고 2배가량 비싼 가격에도 불구 올해 3월 첫 출시 100일 만에 50만대가 팔려나갔다.시장 자체가 형성돼 있지 않었던 LED TV 분야를 개척하기 위해 신제품 라인업을 확대하고 전 세계 시장에서 대대적인 마케팅을 진행하는 전략이 먹혀들었다.삼성전자는 LED TV의 히트로 일본 소니에 한 발 뒤졌던 고가제품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굳건히 했다.지난 5월 미국 40인치이상 풀HD(초고화질) LCD TV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49.6%에 달했다.

2분기 글로벌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본사 기준 영업이익(1조600억원)의 두 배가 넘는 기현상이 나타난 것도 TV 부문의 활약 덕이다.국내 생산량이 많은 반도체,LCD,휴대폰과 달리 TV는 대부분의 생산이 해외에서 이뤄진다.TV를 관할하는 디지털미디어 부문의 매출 11조7700억원 중 3조2400억원만 본사 실적으로 계산됐다.

▶반도체 ‘치킨게임’ 끝났나?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6조1400억원의 매출과 24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1분기만에 흑자로 돌아섰다.전문가들은 2분기 흑자를 낸 반도체 기업은 삼성전자가 유일하다고 예측하고 있다.업계 2위인 하이닉스반도체도 2110억원 적자로 2분기를 마감했다.전분기보다 영업손실을 59% 줄였지만 흑자전환에는 실패했다.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글로벌 경기침체를 지나면서 반도체 업계의 시장 주도권을 장악하는데 성공,적자를 감수하면 공장을 돌리는 ‘치킨게임’의 승자가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실적 개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반도체 가격이다.전 세계 PC 시장 규모가 전분기보다 5%가량 늘면서 D램,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의 가격이 20%가량 올랐다.후발업체들이 제 때 투자를 못해 시장 변화에 맞춰 공급량을 늘리지 못한 것도 가격 상승의 요인 중 하나였다.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후발업체들에 비해 안정적인 고정거래선을 확보하고 있어 경쟁업체들보다 후한 가격을 받을 수 있었다”며 “가격 회복의 덕을 가장 많이 봤다”고 설명했다.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을 많다는 것도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강점이다.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는 기존 DDR2 D램보다 한 단계 앞선 DDR3 D램으로 주력 제품을 바꾼 덕을 톡톡히 봤다.DDR3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업체는 삼성전자,하이닉스,미국 마이크론 등 3곳 뿐이며 원가경쟁력 측면에서 삼성전자가 가장 우위에 있다.삼성전자는 최근 회로선의 굵기가 1억분의 4㎜인 40나노 공정을 통해 DDR3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50나노(1억분의 5㎜) 공정에 머물러 있는 경쟁업체에 비해 생산성이 60% 높다.

시스템 LSI 등 비메모리 부문의 수익성이 수요처 확대 덕에 높아진 것도 삼성전자 실적 개선에 보탬이 됐다.

▶공격적 마케팅의 힘?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6683억원의 마케팅비를 썼다.지난해 4분기 1조9481억원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며 예년 평균치인 1조원보다도 적었다.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1분기에 47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자린고비 마케팅’ 덕이라는 냉정한 평가가 나왔었다.

2분기들어 삼성전자는 공격적인 마케팅 기업의 면모를 되찾았다.1분기의 두 배가 넘는 1조3454억원을 마케팅에 쏟아부은 것.특히 전략 제품은 LED TV와 풀터치휴대폰에 공을 들였다.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 서치의 마크 슈터 연구소장이 삼성전자의 행보와 관련,“삼성과 LED라는 두 단어를 광고,매장,지면,TV 등 어디에서나(ubiquitous) 볼 수 있다”는 평가를 내놓았을 정도다.

지난달 출시한 전략 휴대폰 ‘제트’의 글로벌 히트도 공격적인 마케팅 때문이라는 분석이다.삼성전자는 휴대폰 딜러들 및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사전 마케팅과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글로벌 제품 발표회를 통해 제품이 나오기 전 200만대의 선(先)주문을 따냈다.

업계 관계자는 “예년 평균을 뛰어넘는 마케팅비를 썼음에도 불구 2조52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는 것은 그만큼 삼성이 강해졌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